'과학기술혁신'은 '과학·기술·혁신'과 같은의미인가? 19∼23일 75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과학기술 장·차관, 석학, 최고경영자(CEO)등 3천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세계과학정상회의에서는 회의 내내 '과학·기술·혁신'이 화두였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가 채택한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을 위한 대전선언문' 영문 버전에는 '과학·기술·혁신'(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이 제목과 본문에 13차례나 등장했다.
대전선언문을 번역한 한글버전에는 '과학기술혁신'이 18차례 나온다.
대전선언문 공개 후 과학계에서는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을 '과학기술혁신'이라고 번역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영문에서는 과학, 기술, 혁신이 각각 같은 수준의 의미로 다뤄지고 있는 반면한글에 사용된 '과학기술혁신'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대전선언문의 애초 의도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은 과학기술혁신을 '과학기술을 혁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대전선언문 의도와 전혀 다른 것인데 담당자들이 용어를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사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정책에서 '혁신'이라는 용어를혁신 대상 뒤에 붙여 사용해 왔다. 지난 5월 정부 내놓은 '정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정부 R&D 혁신방안'에서 현재 R&D 분야의 최대 문제는 '전략 없는 R&D투자확대'가 R&D 현장에서 '혁신의 위기'를 불러온 점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R&D 지원체계 개편, R&D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대수술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전선언문을 담당한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기술혁신'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며 "이 용어가 '과학기술을 혁신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대규모 국제회의에서 채택되는 중요한 선언문은 용어 하나하나에큰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며 '과학·기술·혁신'이라는 용어가 한글버전에 '과학기술혁신'으로 사용돼 전체적인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대전선언문 한글버전은 최종본이 아니다"라며"과학계 지적을 신중히 받아들여 최종 공식 번역문 작성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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