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이 끝나자마자 대전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해당 기관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화재가 확산되지는 않아 큰 피해는 없었지만,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무색했다는 지적이다.
2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 23분께 대전 유성구어은동 카이스트 응용과학동 4층 신소재공학과 한 연구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연구실 책상과 실험 도구 등을 태워 2천5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27분만에 꺼졌다.
학교 측은 폐기물 통에 버린 용액에서 가스 반응이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한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스틸로 만든 용기의 표면을 화학적으로 매끈하기 만들기 위해 용액에 용기를 담그는 연마 실험을 하던 중으로 알려졌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다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주일 전인 지난달 19일 실험실 안전사고에 대비해 가상훈련을 실시한 같은 학과 실험실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학교 측도 당황해 하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는 "그나마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2분 만에 불을 진화해 큰 피해는 없었다"면서 "실험실 가스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을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5시 44분께에는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국가핵융합연구소내 지하 2층 전원장치실에서 불이나 전류방전기(TFSDR)와 케이블 등을 태워 1억3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40여분만에 꺼졌다.
전원장치실은 KSTAR(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에 연결된 부대설비로, 전원장치실내 저항체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연구소 한 관계자는 "실험이 끝나고 남은 전류를 방전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열로 저항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개월을 주기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는 KSTAR는 당초 9월 중순까지가동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올해 실험이 20여일 앞서 중단됐다.
저항체 등 연구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재가동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어 연구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앞서 핵융합연구소는 지난달 19∼20일 이틀에 걸쳐 자체 방호훈련과 시뮬레이션가정 훈련 등을 했고, 당일 가동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저항체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저항체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원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하 2층의 부대설비인데다 인근에 고가의 연구장비가없고, 저항체가 자동제어시스템으로 운영돼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기때문에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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