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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쟁력> ⑥ 부동자금 1천兆 시대…투자 활성화 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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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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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우량 기업 '자금쏠림' 심화…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 찾아야민간투자 역량 강화하고 신용평가ㆍ회계감사 시스템 개선 필요

    "타성에 젖어 야성이 사라지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획기적인 투자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3월부터 연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이미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931조3천억원을 기록해 1천조원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539조6천억원의 갑절에 육박하는 규모로 불어났다.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렸지만 가계와 기업은 마땅한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 예금, 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묻어놓고 있다.

    갈 곳을 잃은 단기자금 중 상당액은 투기시장 주변을 배회한다.

    이 영향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이 뜰썩이면서 분양권 불법 전매가 다시 고개를들고 저금리에 지친 서민과 중산층의 호주머니를 노린 불법 유사수신 업체들이 활개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기업활동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돈이 흘러가게 하는 투자 사이클이막히면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경제성장 엔진은 식어갈 수밖에 없다.

    ◇ 초우량 회사채만 팔린다…길 잃은 자본시장 최근 회사채 시장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이 취약해졌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곳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69조원이던 회사채 발행액은 작년 말 151조원으로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회사채 투자는 저위험 초우량 채권에 집중되고 있다.

    2012년 말 전체 회사채 발행 잔액 가운데 A(싱글 에이) 등급 이하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2%에 달했지만 작년 말에는 그 비율이 22.9%로 급감했다.

    동양[001520], 웅진[01688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A등급으로 분류되던 기업들이 잇따라 신용 사태를 일으킴에 따라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하락한 것이 그 배경이다.

    특히 작년 A등급으로 구분되던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절벽' 사태와 뒤이은 신용등급 강등은 비우량 회사채 외면 현상을 심화시켰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로 데이고 나서는 싱글 에이 등급 이하는 웬만하면 다 처분하고 매입하지 않는 쪽으로 채권 운용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굳이 회사채를 찍지 않아도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AA(더블 에이) 이상의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채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시급한 비우량 등급 기업은 곤란한처지에 놓였다.

    이에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의 하나로 아껴두던 KDB산업은행의 미매각 회사채 인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산업은행을 앞세워 앞으로 2년간 BBB(트리플 비)~A 등급 회사채에 한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미매각분을 최대 5천억원까지 인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민간 영역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며 "회사채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조건 담보부터"…제도 금융권 '몸사리기' 여전 금융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 해묵은 관행은투자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은행들이 재무상태가 건전한 중소형 조선·해운사의 돈줄까지 죌 조짐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이 나서 은행들에 대출회수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일수록 은행은 더욱 보수적 태도를 보인다.

    기술력이나 장래성은 도외시한 채 주로 담보나 재무제표에만 의존해 대출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자 은행이 다른 요소를전혀 보지 않고 곧바로 신용등급을 낮췄다"며 "담보를 제공하고도 결국 대출받는 금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은행 측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소기업일수록 재무제표 신뢰성이 떨어지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 적극적인 대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재무부담 우려가 커져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안전한 담보 대출이나 보증부 대출만을 고수하는 보신주의 관행이 여전하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의 원활한 자금 배분은 요원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재무제표만 보지 말고 기술력도 함께 고려해 적극적인 대출을 유도한다는 것이기술금융의 기본 취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성패는 결국 내부 기술신용평가 능력에 달렸는데시중은행들이 단기간에 자체적인 기술평가 전문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수익을 추구해야 할 증권사들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2013년 기업 대출 업무 등을 하는 대형 투자은행(IB)을 키우겠다는취지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해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6개사가 라이선스를 얻었다.

    그러나 실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 주로 의존하는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있다.

    ◇ 민간 투자역량 키우고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해야 스타트업ㆍ벤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 캐피털 시장으로 눈을 돌려봐도민간의 투자 기능이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간 우리나라 벤처 캐피털 시장에서는 정부와 산업은행 같은 정책 금융기관의역할이 지대한 것이 사실이었다.

    정부 주도로 설립된 한국벤처투자는 지금껏 총 433개, 13조원 규모의 자펀드를세웠다.

    올해 들어서만도 231개 기업에 3천1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산업은행ㆍ중소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이 출자한 자금으로 결성된 '성장 사다리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도 자기자본 1조2천억원을 더해 총 4조5천억원 규모의 하위 펀드 52개를 조성, 474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

    한국성장금융투자는 산업은행 출자금 6천억원을 포함해 올해도 1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 신규 투자를 할 계획이다.

    모험자본 육성 차원에서 산업은행은 이와 별도로 8천억원을 출자, 사모투자(PE)펀드와 벤처캐피탈(VC) 펀드 조성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정책 자금 주도의 벤처 영역 투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나오고 있다.

    창업 후 독자 생존이 가능할 때까지를 가리키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전의기업보다는 이미 사업 기반을 갖춘 '승자'에게 정책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처업계에서 지나치게 정책자금의역할이 커져 민간투자 구축(驅逐)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과감하게 정책금융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못 믿을 신용등급…투자신뢰 인프라 강화해야 위험은 크지만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의 원천인 모험자본 투자 등을 활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투자자 신뢰를 높일 인프라가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작년에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갑자기 터져 나온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우리나라의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회계업계 2위인 딜로이트안진은 2010년부터 각종 이상 징후 속에서도 이 회사의분식회계 정황을 잡아내지 못하고 매년 재무제표가 '적정'하다는 의견만 남발했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투자대상 기업의 위험도를 알리는정보를 시장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담보할 제도가 여전히 미흡한 사실이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2016년 국제 경쟁력 평가의 '회계와 외부감사의 적절성'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61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른 배경이다.

    황세운 실장은 "기업 경영상태를 객관화한 수치로 보여주는 회계자료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탱하는 인프라"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 정보 전달 체계에 문제가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제기능을 하려면 신용평가 체계 개선과 회계정보의 신뢰성을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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