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7년간 대규모유동성을 풀던 흐름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지만, 불과 두달여만에 일본을 시작으로또다시 돈풀기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경기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디플레이션이 이유겠지만, 돈을 풀어서라도 나만은 살겠다는 각국의 이기적인 판단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돈풀기정책을 쓰고 있는 일본이 그 선두에 있다. 지난 1월 29일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0~0.01%에서 -0.01%로 인하한다고 결정했다. 일본이 사상 첫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도입한 것이며, 자산 매입(QE) 규모도 연간 80조엔으로유지하기로 했다.
상식적으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줘야 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돈을 맡긴 사람이 오히려 은행에 이자를 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쉽게말해 돈을 맡기지 말고 투자를 하든가 소비를 하라는 정책으로 볼 수 있으며, 극단적인 돈풀기 정책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저유가및 수요 부진에 노출된 경제를 살리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건은 그다음이다. 이미 유럽은 2월 중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의추가적인 양적완화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상태이며, 중국도 거의 매주 수십조원의유동성을 시장에 풀고 있다. 여기에 미국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며, 글로벌 시장은 또다시 돈풀기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중국에 이어 미국 경기도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돈풀기만으로는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돈풀기 정책의 약발은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다. 단기적으로는 돈을 푼다는 유동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리더라도 실물경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발목이 잡힐 수 있음을 기억해야할 시점이다.
(작성자: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 clemens.kang@nhwm.com)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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