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변해야 금융시장 규제개혁 가능하다"
"과거에 비해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규제는 많이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친화적인 문화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제 생각입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1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규제 당국의 노력 외에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갖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규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14년 3월 임기 3년의 자본시장연구원 수장자리에 앉았다.
원장으로 재직한 지난 2년여 간의 소회를 묻자 그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수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를 하자는 게 취임 당시 목표였다"며 "지금까지 일궈놓은 진전 상황을 남은 임기에 완전히 정착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내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규제개혁을 가장 공들여 설명했다.
신 원장은 "취임 전까지만 해도 '왜 우리 증권시장에는 삼성전자 같은 큰 회사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2년 전 NH투자증권의 합병과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합병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증권사가 차츰 대형화하는 등 우리 시장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에서 규제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결국 그 이유는 규제 자체보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에 대한우리의 태도, 국민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사모 펀드의 운용과 등록·판매의 규제를 완화해 증권사들도 취급할 수 있게 하는 등 개혁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규제와 관련해 기업의 신규 공모를 예로 들며 "수요예측을 거쳐 정해진 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공모가 부풀리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이것이 제도적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지금 우리의 태도"라며 "규제 당국은 여론 때문에라도 모종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는 규제대로 고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간의 연구는 물론 시장 참여자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올해 연구원의 대표 과제 역시 '자본시장의 규제 체계 설계'로 선정했다.
신 원장은 "사적 자본시장을 포함한 전체 거시구조의 규제 체계 설계에 관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또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해 건전성을 규제받는 것과달리 증권사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이 없는 만큼 국내 사정에 맞는 관련 규범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이 설정하는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총자산 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신 원장은 또 "고령화 시대에 개인 저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연금 저축"이라며"사적연금의 판매와 사후관리 채널 등의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지부진하게 진행중인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을 개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작년 말 개정안이 본사 소재지 명기 문제를 놓고 부산 지역과 비(非)부산지역 의원 간에 의견이 엇갈리며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신 원장은 "산업 측면에서는 대형 증권사가 나와 새로운 투자은행 모델을 보유하는 게 과제라면 시장 측면에서는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적 자본시장의 핵심인 거래소의 경영자율성과 내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주회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새해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불러온 중국발 악재와 국제유가 급락 사태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 원장은 "미국·중국의 G2리스크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쉽게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며 "중국 경기 둔화 문제는 길게는 5∼10년까지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가는 올해 안에 가격 조정이 끝나겠지만 그에 따른 자금 순환 등의 파급 효과는 계속 될 것"이라며 예상했다.
s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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