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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역습> ① 1조7천억 원유DLS 시장에 '저유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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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5천억원 만기 도래…최소 9천억원 어치 손실구간 진입'중위험 중수익' 신화 깨져…금투업계·당국 책임론 부상

저유가의 공포가 1조7천억원 규모의 원유 파생상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현재 30달러 언저리를 오가는 국제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어 최악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1조원에 달하는 대량 원금 손실을보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원유 DLS 녹인 본격화…투자자 '속수무책'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23일을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등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공·사모 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 잔액은 일부 원금보장형 기타파생결합사채(DLB)를 포함, 총 1조7천300억원이다.

원유 DLS는 투자 기간 WTI 등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않으면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국제 유가가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이론상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웬만하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손실이 나면 매우 큰 피해를 보는것이 특징이다.

3년 전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가 3분의 1 이하인 3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탓에 최근 만기를 맞는 상품 대부분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일례로 2013년 1월7일 73억5천만원 어치가 발행된 '미래에셋증권 DLS 500'은 지난 6일 만기일에 30억5천60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의 40%가량이 날아간 것이다.

개별 상품마다 수익과 손실 산정 조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저유가 추세가 오래 지속돼 만기 상환되는 원유 DLS가 평균적으로 50%가량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투자자들이 8천억대의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유 DLS의 손실 현황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일까지 만기 상환된원유 DLS 가운데 15개에서 모두 370억원의 손실이 났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원금 손실 사태가 '서막'에 불과하는 점이다.

원금 손실 상황에 처한 DLS가 대폭 늘어난데다 현재 30달러 안팎의 유가 수준에서는 원금의 70% 이상이 날아가는 사태가 잇따르게 된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공모형 원유 DLS(DLB 포함) 889개의 발행 잔액은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1조3천804억원 어치에 달한다. 사모형 DLS 전체와 일부 공모형 DLS가 빠져 당국의 집계보다 3천억원가량이 적다.

이 가운데 현 유가를 기준으로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들어간 DLS는455개, 8천971억원어치에 달한다.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을 터치하면 원유 가격이 90%선으로 회복되지 않은 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달에만 해도 32개 원유 DLS의 만기가 곧 도래하게 되는데 원금 보장형 상품 5개를 뺀 나머지 27개 상품은 원금 손실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3년 전 브렌트유가 111달러일 때 설정된 '대우증권 DLS 1018'은 30달러 초반의현 유가 수준에서 이달 18일 만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원금의 30%만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비관적 예측대로 국제 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진다면 DLS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80%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마저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 국제 원유 시장 내 원유 공급 쇼크 지속 가능성 등에 비춰봤을 때 1990년대와 같은 장기 저유가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 "고위험 파생상품을 재테크 상품으로 포장…한국에서만 있는 일" 원유 DLS는 틈새 상품의 성격이 짙어 공모형 펀드처럼 가입자 수가 절대적으로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단일 금융투자 상품이 단기간에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태다.

따라서 DLS,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 상품을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포장, 판매에 열을 올린 금융투자업계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투자 성과에 따른 리스크를 소비자들에게 넘기고 발행액의 일정 비율을 안정적 이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간 DLS나 ELS 같은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아 왔다.

업계 내부에서조차 첨단 금융공학의 산물인 파생금융 상품이 일반 투자자들에게'재테크 상품'으로 널리 팔리는 관행이 결국 이번 대량 원금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DLS 같은 상품은 웬만해서 손실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일단손실이 나게 되면 그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파생 상품을 국민에게 재테크 상품으로 판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유, 금, 은 등 실물 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다양한 기초 자산의 변동성에 베팅하는 DLS는 경제와 금융 구조에 대한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5년에 들어서야 일반인에게 판매가 가능해졌다.

국제 유가의 하락 등 최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증대가 비록 예기치 못한 사태라고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도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최근 시장동향을 주간 단위로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행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 원유 DLS 등 파생금융 상품의 원금 손실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도 금융당국은 관련 상품의 손실 현황 등 정보를 적기에 금융 소비자들에게공개하지 않아 사태 악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시장에 DLS 등 파생금융 상품을 파는 금융투자업계의 홍보성 정보만이 넘쳐나는동안 정작 상품에 투자했을 때 입을 수 있는 손해 가능성 등에 관한 경고는 등한시되는 정보 비대칭의 상황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ch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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