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우선주 시장의 상대적 강세현상이 뚜렷하다. 제도가 시행된 15일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의 종목별 누적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상위 10개 종목 모두 우선주였으며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25개가 우선주 차지였다. 현재까지 스코어로 본다면 이번 제도변화의 최대 수혜주는 단연코 우선주였다.
이는 거래제도 변화가 우선주 시장의 가격변동성 확대로 연결된 데 따른 결과로볼 수 있는데, 통상 가격제한폭 확대 영향이 익히 알려진 시장(대형주, 보통주, 거래량 많음)보단 소외된 시장(중소형주, 우선주, 거래량 적음)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투자자 행동심리 측면에선 주가 하락보단 상승 쪽에 더 큰 상관성을 보였다는점 등이 맞물려 나타난 시장 반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우선주 강세현상이 기업의 기초여건(펀더멘털) 개선 여부와는 상관없이 과열된 시장심리가 우선주의 취약한 수급환경을 파고들며 묻지마식 매수압력으로 구체화된 데 따른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오히려 한국거래소가 우선주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감시 강화를 발표한 이후,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우선주들이 하한가 수준으로 반락했다는점에서는 이번 랠리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감안해본다면, 중장기적 견지에서는 보통주 대비 우선주 가격괴리 축소와 우선주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자연스러운시장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성장·저금리 현상이고착화되는 금융시장 여건상 채권 대체자산으로 현금흐름 구조가 채권과 유사하며기대수익률도 더 높은 우선주가 선택될 공산이 크고, 우선주 배당수익률이 보통주의그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배당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변화의수혜 역시 우선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주 주가는 우선주 가치에 의결권(주주권) 가치가 더해져 구성되고 통상 의결권 가치는 우선주 주가수준을 따른다는 점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의결권 가격의 적정성 여부인데, 한국 기업집단의 복잡다단한 지분관계와 소액주주주주권 행사가 자유롭지 않은 현 시장환경을 고려해볼 경우, 기업 경영권을 노리는투자자가 아닌 이상에는 굳이 우선주 가격의 갑절을 주고 보통주를 매수할 필요는없기 때문이다.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에 주목하는 투자자라면, 우선주 투자가 보다합리적인 방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주 투자는 단시일 내 승부가 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중장기 시장환경변화를 통해 숨겨져 있던 가치를 회복해가는 마라톤 경기에 가깝다. 껍질을 걷어내고 다시 본질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업 펀더멘털 개선과 풍부한 유동성이 담보되는 중대형 우선주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에 주력할 필요가 있겠다.
(작성자: 김용구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 ygno.1.kim@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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