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 분석 보고서…언론 활용·주주제안 등 닮은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을놓고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이 기존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는 지난 3월 발표한 주주행동주의 관련 보고서(Shareholder activism-Who,what, when and how?)에서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가 2003년 이후 275개나 증가했다"며 "이들 펀드는 작년 11월 현재 1천155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정 이사 후보 선임에 대한 반대 권고 캠페인, 주주제안 등의 전략과유형별 목적, 수단 등을 분석한 결과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재무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면서 이사회가 기업지배구조 모범사례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과거엔 의결권 있는 주식 대량 매입과 위임장 경쟁(Proxy contest)을 통한 이사 선임, 이사회 장악을 통한 영향 확대 등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은 최근 들어 위임장 경쟁뿐 아니라 언론을 통한 캠페인 활동 등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는 속내를 숨긴 채 '주주 권익'을 내세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엘리엇의 행태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엘리엇이 자신의 주장을 잘 포장하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이른바 '포퓰리즘적(대중영합주의적) 선동'에 능숙하다는 점은 보고서의 분석과궤를 같이한다.
엘리엇은 등장 이후 여론몰이에 언론과 인터넷 등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지난달 27일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며 삼성물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서지난 18일까지 언론에 4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엘리엇은 배포한 자료에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 '(행동에 나선 것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주주들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등 자신의 이익보다 주주 이익 때문에 합병에 반대한다는명분을 내세웠다.
엘리엇은 법적 소송을 제기해 사회적 관심을 끄는 한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추가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까지 개설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최근세계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27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자료도 공개됐다.
보고서는 또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기업지배구조 정책과 경영자 보상, 감사 및 위험관리와 같은 기업 경영 감독, 기업시민주의, 기업 분할, 특정 자산 매각,주주 환원 등의 '주주 제안'을 핵심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엘리엇이 지난 4일 삼성전자·삼성SDS 주식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주주들에게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주총회결의로도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해 달라는 주주 제안을 하면서 삼성 측을 압박한 행태와 닮았다.
삼성물산은 일부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원활한 합병 절차 진행을 위해 엘리엇의주주제안을 다음 달 열릴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penpia2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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