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 전엔 '매수' 보고서 44건…사태 후엔 '잠잠'
내츄럴엔도텍[168330]이 '가짜 백수오' 사태로주가가 급락하자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걸음' 등의 극찬을 쏟아내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침묵에 들어갔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매일 곤두박질을 치면서 뒤늦게 추종 매매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그동안 '매수'를 권고한 증권사들은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이번 '가짜 백수오' 파동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츄럴엔도텍의 분석 보고서(리포트)는 모두 44건에 달했다.
일부 보고서는 투자의견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장밋빛 투자 전망으로 도배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키움증권은 '가짜 백수오' 파동이 벌어지기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6일 보고서를 내고 "내츄럴엔도텍이 작년 말까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으나, 올해 국내 유통채널 다각화 등의 성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6만6천원에서 9만9천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교보증권도 지난 3월 30일 "해외 영토 확장으로 고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며목표주가를 6만1천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나대투증권도 같은 날 "내수 백수오 시장의 성장성과 해외 진출까지 고려할때 성장성 확보가 분명해 주가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증권사들의 '내츄럴엔도텍'의 분석 보고서 제목도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걸음"(유진투자증권),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확인"·"꿈의 현실화 국면"(이베스트투자증권),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장애 개선시장서 패션 아닌 대세!"(키움증권), "미개척영토가 많다"(교보증권) 등으로 그야말로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증권사들은 입을 닫았다. 내츄럴엔도텍 보고서는 지난달 23일과 24일에 최근 정보를 담아서 발표한 삼성증권의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삼성증권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한 단계 낮췄을 뿐 투자자들에게 '팔아라'라는 '직언'은 하지 못했다.
이처럼 증시가 랠리를 보일 때는 '주식을 사라'는 매수 보고서가 넘쳐나는 데반해 대형 사건이 터지면 투자 조언을 하거나 과거 분석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자기반성의 보고서를 내놓는 증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매수'를 외치던 증권사들이 사건만 터지면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증권사가 발표한 보고서들이 늘 '매수' 추천 일색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 경기가 수년간 부진을 겪고 있고 실적이 부실한 종목들이 나와도 '매도'나 '비중 축소' 투자의견을 내놓는 증권사의 보고서는 거의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일수록 정보 전달 차원에서라도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해야 하지만 여전히 친절한 설명도 부족하고 매도 보고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이 개인보다 기관투자가를 위한서비스를 하다 보니 개인 고객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S) 개념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주가가 고평가됐거나 종목이 부실하다고 판단하면 연구원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과감히 매도 리포트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투협은 오는 29일부터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면 증권사의 연구원들은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의 탐방이나 직원 면담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내는 데 제한이 따른다고 하소연한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증권사의 연구원(애널리스트)들도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믿고 보고서를 내는데 이번 건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밋빛 보고서만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분석 보고서가 관행적으로 어쩔 수 없이 흘러가다 보니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 실정"이라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hanajj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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