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이 왔다. 주식시장에도 봄이 온 듯하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2개월 연속 순매수에 힘입어 2,0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도 3월 들어서는 코스피만큼은 아니지만,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연말 이후의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게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은 단연 제약이다. 기술해외수출 등의 호재로 제약 업종의 3월 수익률은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미국 증시에서도 바이오·의료기기·제약 등 헬스케어 업종이 대세다. 3월 들어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헬스케어 섹터지수는 3%나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3월 이후 S&P500지수는 -0.7% 하락했다.
헬스케어 섹터는 거품 논란에도 미국과 한국 증시의 주도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최근의 헬스케어 붐은 1990년대 중반 정보기술(IT) 붐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중반 저유가(1990년 배럴당 24달러에서 1990년 후반 14달러까지 하락), 저금리(7%대에서 4%대로 하락)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금도 저유가·저금리 환경은 당시와 유사하다. 경제성장률은 지역별로 차이가있긴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확장국면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 중반과 현재는 유사한 점이 많아 보인다.
1994년에서 2000년까지 미국의 벤처투자 금액은 연평균 72%나 증가했다. 증가율은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155%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년에도 미국 벤처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63% 증가한 483억 달러(약 54조4천억원)를 나타냈다. 벤처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에는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이 발전했고 1980년대에는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이 커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벤처투자를 기반으로 IT산업이 성장했다.
미국의 1990년대 중반과 2010년대 벤처투자의 공통점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비중이 1990년대 중반 22%, 2010년대 29%로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지식 기반의 서비스업은 선진국의 성장 동력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문은 1990년대 중반과 2010년대 벤처투자의 차이점이다. 1990년대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통신과 네트워크장비 등의 분야에 벤처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오(1990년 중반 투자비중 5%→2010년대 16%), 의료기기(3%→9%), 미디어(6%→8%) 분야의 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대체 에너지 등 에너지 부문(3%→11%)에 대한 벤처투자도 급증했다.
1990년대 중반 벤처 붐은 IT라는 산업을 키웠고, 해당 분야가 증시의 주도주로자리 잡았다. 지금의 벤처 붐은 헬스케어, 대체에너지, 미디어 분야에서 일어나고있다. 앞으로 이들 산업이 한국 등 세계 증시의 주도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작성자: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 321yj@hanafn.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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