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지분 매각은 무산됐지만 증시 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왔지만,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비교적 높은 할인율까지 적용해가며 지분을 매각하려했다는 사실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은 13일 오전, 이들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무산 소식이 전해졌다.
정 회장 부자가 매각하려 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규모는 502만2천170주(13.4%)이며, 매각 단가는 전일 종가보다 7.5∼12% 디스카운트된 주당 26만4천∼27만7천500원이었다. 최저 수준으로 추산해도 거래금액은 약 1조3천억원이다.
매각 물량이 방대하고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블록딜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증시는 정 회장 부자가 비교적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면서까지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애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점쳐져 왔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012330]의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반면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지분율은 31.88%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높을수록, 현대모비스 주가는 낮을수록 정 부회장에게 유리해진다.
시장이 현대글로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수혜주로 꼽으며 '사야 할종목'으로 봤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전해진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시도는 시장의 이같은 예상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여겨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었지만, 향후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15% 급락한 하한가(25만5천원)로추락했고, 오전 11시 18분 현재까지도 하한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줘,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낮았던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모처럼 어깨를 폈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모비스는 전 거래일보다 11.97% 급등한 26만6천500원에 거래됐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비스 주식은 사고, 모비스 주식은 팔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약화돼 (현대모비스 주가를 짓누르던) 지배구조 관련 디스카운트 요소가 해소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새로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가 부상할 경우 현대모비스의 전략적 가치가 변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 시도가 불발됐지만, 향후 블록딜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대주주는 2016년부터연간 100억원 이상의 공정과세를 축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금전적 측면뿐 아니라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부응할 필요가있다는 점에서도 정 회장 부자의 블록딜 시도는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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