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시장의 화두는 단연 '중위험·중수익'이었다.
증시가 수년째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데다가 금리까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펀드 시장에선 '대박' 대신 '중박'을 추구하는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롱숏 펀드, 배당주 펀드 등이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몇몇 유형의 상품을 제외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도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으로 인한 자금 유입세가 이어졌다.
해외 펀드 중에서는 랠리를 펼친 인도와 중국 시장에 투자한 것들의 수익률이월등하게 높았다.
◇ '초저금리 시대'…중위험·중수익 펀드 각광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한국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2.00%)까지 떨어지며 올해 투자자들의 관심은 초저금리 시대의 대안을 찾는 데집중됐다.
은행 예·적금으로도 연 2%대 중반의 수익도 내기 어려워지자 투자 자금은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시장금리+α'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에 쏠렸다.
상반기에는 롱숏 펀드가 이 같은 유형의 상품으로 지목돼 지난해에 이어 인기를이어갔다.
주가 상승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롱숏 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롱)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숏)하는 상품이다.
양방향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의 오름과 내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올해 롱숏 펀드에는 2천76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는데 특히 1~4월에 1조881억원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증시의 상승과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며 5월부터 현재까지 8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반기 들어 롱숏 펀드의 인기를 대체한 것은 배당주펀드였다.
저금리 상황과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배당주 펀드의덩치가 급격히 불어났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해도 배당을 통해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은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2조7천520억원이 배당주 펀드로 순유입됐는데, 특히 배당 투자에 오랫동안 운용 실적을 쌓아온 중소형 운용사 한두 곳으로 자금이 쏠렸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의 설정액은 3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을 놀라게했다. 금융위기 이후 3조원대 초대형 '공룡 펀드'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 채권형 펀드, 7년만에 주식형 펀드 추월 그러나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탓에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도 자금이 줄줄이 빠져나갔다.
대신 금리 인하 효과와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확산하며 채권형 펀드에는 자금이계속 들어왔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63조4천105억원에 달해 주식형 펀드(62조5천647억원) 규모를 추월했다.
채권형 펀드의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보다 13조8천7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인데,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는 1조3천억원가량 감소했다.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 설정액을 앞지른 것은 2007년 이후 7년만이다.
펀드 붐이 조성된 이후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채권형을 압도해왔다. 2008년 11월 말 기준으로 주식형은 85억348억원, 채권형은 28조7천619억원으로 각각 집계되는등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늘 주식형에 치였던 채권형 펀드의 부활을 이끈 것은 금리 하락과 이로 인한 채권시장의 호황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하면서 연초 이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4.32%로 나타났다.
반면 코스피는 최근 1,900선 근처까지도 떨어지며 답답한 장세를 연출했고 이에따라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4.93%를 기록 중이다.
박스권 장세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주식이 2,000선 근처에만 가면 환매 물량을쏟아내는 경향도 점점 뚜렷해지며 주식형 펀드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 인도·중국 펀드 '훨훨'·러시아는 '추락' 해외 펀드에서는 단연 인도와 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지난 11일 기준 인도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무려 41.10%에 달했으며, 중국 본토펀드는 29.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올해 인도와 중국 증시가 정책 효과와 유동성 등에 힘입어 고공비행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인도 증시는 지난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시장친화적 경제개혁정책인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랠리를 지속했다.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로 제조업을 육성하고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모디 총리 정책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며 인도 센섹스지수는 올해에만 30% 넘게 급등했다.
중국 증시의 경우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의 시행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가 맞물리며 최근 수직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일 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북미 펀드도 올해 12.15%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일부 해외 펀드가 뛰어난 성과를 보였음에도 투자자들의 환매 행렬은 계속됐다.
한 때 열풍이 불었던 중국 펀드로 해외 투자의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방향을예측하기 어려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투자자들에게 '쪽박'을 안긴 것은 러시아 펀드였다.
러시아 증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경제 제재와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폭락 장세를 보임에 따라 연초 이후 펀드 수익률도 -34.57%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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