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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잔혹사'…이번엔 양도세 카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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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매매 위축 우려"…정부-국회 움직임에 촉각

10년 넘도록 논란이 됐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과세를 놓고 이번에는 양도소득세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과세 입법이 추진되다가 무산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이번에도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 입법화되면 최근 내리막길을 걸어온 파생상품시장이 다시한 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 파생상품 과세 '우여곡절'…10여년 만에 다시 양도세 과세론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와 정부는 파생상품에 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구체안을 조율 중이다.

파생상품 과세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2004년 9월 당시 재정경제부가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근거를 미리 만들겠다며 소득세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게 대표적이다.

물론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그 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동안 잠잠했지만 2008년 7월에는 양도세가 아닌 거래세 도입이 논란이 됐다.

그 해에는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에는 의원입법으로 거래세 부과를 위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로도 거센반발 속에 논란이 이어졌지만 본회의를 넘지 못한 채 2012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는 2012년 9월 세법 개정안에서 다시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에 거래세를 매기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보류됐다.

그 후로도 이는 정부의 '계속과제'였다.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핵심 이유였지만 부족한 세수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4월 청와대 업무보고 때도 거래세 부과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올린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아직 계류돼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에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의 대표 발의로 소득세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파생상품 양도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해 10% 세율을 적용하자는게 골자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행정의 기본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기재위 조세소위 논의상황에 대해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며 "세율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와 양도세 과세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양도세 과세시기를 2016년부터로 잡았다. 과세대상은 거래가 많은 코스피200 선물·옵션으로 일단 한정할 가능성이 크지만 세율은 10%와 20% 사이에서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7월 '금융상품 과세체계 선진화 방안 관련 공청회'에서 2013년 기준으로 양도세율 10%와 20%를 적용하면 각각 368억원, 735억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는 코스피200 선물(세율 0.001%)과 옵션(0.01%)에 거래세를 적용했을 때 나오는 905억원보다 적다.

파생상품 규제 강화에 따라 거래가 움츠러들면서 예상 세수는 줄었다. 거래가많았던 2011년 기준으로는 양도세 10% 적용 시 476억원, 거래세 부과 때 1천562억원에 달한다.

◇ 업계 "매매 위축 불가피"…개인에 세부담 편중 우려도 금융투자업계에선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가뜩이나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주요국 파생상품거래소 기준으로 한때 세계 1위였지만 투기 위험 논란에 따라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을 포함한 규제가 가해진 영향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며 지난해 9위로 밀려났다.

오는 29일부터는 개인 신규 투자자의 파생상품 시장 진입 규제도 강화된다.

KDB대우증권은 양도세가 부과되면 1차적으로 개인 중심으로 거래량이 다소 줄고, 그 여파로 외국인 매매 위축을 불어오며 2차 거래량이 감소하고, 개인과 외국인의투기 매매 감소로 차익거래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개인거래 감소 전망은 상대적으로 개인이 세부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반해 기관의 경우 파생상품 양도차익이 포함된 당기순이익에 따라 법인세를 내므로 양도차익을 분리과세하기는 어렵다고 업계는 본다.

외국인 역시 조세조약이 국내 세법에 우선하므로 조세 회피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과 조세조약이 발효된 국가는 총 80개국이 넘는다.

2012년 기준 조세조약 체결국 78개국 중에서 미국·싱가포르·네덜란드·호주등 20개국은 원천지국(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지만 독일·러시아·룩셈부르크·영국·일본·중국 등 58개국은 국내 과세가 불가능하다고 대우증권은 분석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계 자금도 글로벌 투자은행(IB) 입장에선자금 국적 변경이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의도한다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며 "결국양도차익 과세는 사실상 개인 투자들에게만 과세효과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1~11월 코스피200 선물시장 거래량 가운데 개인 비중은 28.5%, 외국인은 50.7%, 금융투자(증권사) 17.5%였다.

업계에선 주식 현물에는 거래세를, 파생상품에는 양도세를 매기면 또다른 과세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고, 파생상품의 헤지 효율성이 김소하거나 차익거래 위축으로 선물의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심 위원은 "주식은 거래세, 파생상품은 양도세처럼 이원적 과세는 오래갈 수 없다"며 "일단 파생상품에서 과세논의가 시작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주식도 양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세 부과를 면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양도세가 상대적으로 세수도, 부정적 영향도 적기 때문이다.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이므로 양도세를 저율로 적용하는 게 법리에도 맞고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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