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주가에는 밸류에이션보다 이익 변화가 중요"
국내 증시에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비싼 주식은 잘 나가고 싼 종목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비싼 주식의 대부분은 성장주인데, 저성장 국면에서 이익 증가율이 높은기업이 희소성을 띠면서 투자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7일 "극심한 주가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며 "전통적인 경기민감주는 장부가를 밑돌 정도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아모레퍼시픽[090430]을 비롯해 밸류에이션이 비싼 주식들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최근 성과가 좋은 종목 10개를 추려보니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이익증가율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에 대한 기대가 큰 특징이 나타난반면 성과가 나쁜 10개는 그 반대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성과가 좋은 것들은 성장형 종목으로 볼만한 특징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팀장은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에도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클 때 성장주가가치주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1999~2000년, 2001~2004년에 성장주가 강세였고 2012년 이후 최근 3년간에도 그러했는데, 이들 3차례 모두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만연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저성장 때는 기업 이익도 빠르게 늘기 어렵다"며 "이런 국면에서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뚜렷한 희소성을 갖게 되고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편애로 일부 상장주의 밸류에이션은 뚜렷한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쏠림은 대부분 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도 성장성이 있는 일부종목으로의 쏠림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경험상 성장주들은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계기가 돼 주가가 꺾이는 경우는거의 없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40배도 시장에서 수용하면 용인될 수 있고, 반대로 그보다 훨씬 낮은 PER에서도 주가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밸류에이션 수준보다는 이익 전망 변화가 성장주 주가의 등락을 가른 사례가 많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국면에서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중국 소비 수혜주의 '원조' 가운데 하나였던 오리온[001800]을 들었다.
김 팀장은 "오리온 주가는 2012년 4월 PER 30배를 넘어선 뒤에도 1년 넘게 고공행진했지만 2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를 충족하지 못하자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며 "락앤락과 에이블씨앤씨의 중기적 주가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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