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날개를 빼앗긴 증시가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가 하면 지하실 밑에 낭떠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는 어느새 1,920선까지 밀려났다. 코스닥은 하루 3.89%나 폭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9월 넷째주 이후 14거래일간 이틀 빼고 계속 떨어졌다.
환율과 실적을 둘러싼 불안감,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 유럽의 경기 둔화신호가 맞물리면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14일 국내 증시도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35%,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1.65%, 나스닥 종합지수는 1.46% 각각 떨어졌다. 독일의 경제지표부진이 촉발한 유럽 경기의 둔화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른 결과다.
그나마 유럽의 주요 증시가 오랜만에 반등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유럽 분위기를 이어받을지, 뉴욕의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전날 시장 상황이나 단기 전망을 놓고도 증권가의 분석은 엇갈리는 편이다.
반등의 때가 됐다는 시각, 조정장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맞선다.
반등을 점치는 이유로는 낙폭이 지나치다는 점, 환율 변동성의 완화, 유럽이나우리 정부 등의 추가적인 정책적 노력이 가시화하는 흐름 등을 꼽는다. 기본적으로코스피가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인 대응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15일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 유지는 물론 반등 시도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추가 하락론에는 상승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 환율이 요동치고 외국인 순매도가 강해질 수 있는데다 국내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가시지않고 있다는 점은 비관론의 배경이다.
이런 흐름에서 국제금융센터가 신흥국 증시를 분석한 보고서는 눈에 띈다.
안남기·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신흥국 주가가 9월 초 대비 7% 하락한가운데 23개 신흥국 중 6개국이 '조정장' 내지 '베어마켓'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체로 조정장과 베어마켓은 전고점 대비 각각 10%, 20% 하락했을 때를 말하는데, 러시아·그리스가 베어마켓, 브라질·터키·페루·콜롬비아는 조정장에 각각 진입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베어마켓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들은 ▲ 주요국 경제 모멘텀이 단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작고 ▲ 연말로 갈수록 미국 출구전략 우려가 커질 전망이며 ▲ 지정학적 위험 등 신흥국 증시에 미칠부정적 요인이 우세하기 때문에 조정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투자자로선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흐름이다.
헷갈리는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대형주의 대안으로 각광 받은 중소형주가 전날 하락장을 주도한 반면에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같은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작게나마 오른 점도 '이변'으로 여겨져서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비싸진 중소형주에서 값싸진 대형주로 갈아타기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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