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과정뿐 아니라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아들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유전 회장의 과거가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외견상 이번 참사는 유 전 회장과 무관하다.
그는 청해진해운은 물론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두 아들이 청해진해운의 지분 7.1%를 가진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19.4%씩 나눠 가진 지배주주다. 또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청해진해운 지분 39.4%를보유한 조선업체 천해지의 지분 42.8%를 가졌다.
이처럼 두 아들→아이원아이→청해지→청해진해운으로 얽힌 고리는 검찰이 유전 회장 일가를 주목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 전 회장과 그가 이끌던 과거의 세모그룹이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유관 기업은 과거의 세모와 업종 구성 면에서도 유사하다.
우선 옛 세모그룹부터 보면 한 때 목사로 활동했던 유 전 회장이 1978년 대구의삼우상사를 인수해 삼우트레이딩을 설립한 것이 모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세모를 출범시키고 사세를 키웠다.
세모그룹은 한때 건강식품, 자동차부품제조, 조선, 건설, 유람선, 해운, 케미칼등지로 영역을 확대할 정도였지만 외환위기를 전후한 세모의 부도로 내리막을 걸었다.
이들 사업군은 현재 두 아들과 지분 고리가 있는 사업군과 거의 같다.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지주사로 해상여객·화물운송·유람선업(청해진해운)은 물론 조선(천해지), 자동차부품(온지구), 건강기능식품제조·판매(세모·다판다), 건설·분양(트라이곤코리아) 등에 걸쳐 있어서다.
주목할 점은 과거 유 전 회장이 겪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다.
과거 국민적 관심사가 됐던 이른바 '오대양사건'의 불똥이 유 전 회장에게 튀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987년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의 용인공장에서 사장과종업원 등 32명의 시신이 발견된 희대의 사건이다.
유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배후로 지목됐지만 오대양 사건과의 직접 연관성은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대양 측의 사채 수 억원이 그에게 흘러들어간 점이 드러나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삼우트레이딩 운영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자 1982~1984년 월 2푼5리에서 3푼의이자를 준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였다.
이번에도 세월호참사가 발단이 됐지만 검찰이 실제 청해진해운을 지배하는 유전 회장의 두 아들을 출국금지하면서 수사망을 피해가긴 어렵게 됐다.
사고의 배경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확장 과정과 운영 상황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지분이 없는 유 전 회장은 책임론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세모그룹의 몰락이 당시 세모해운의 경영난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된 청해진해운의 위기가 지주사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이번 참사로 세모그룹이 겪은 세모유람선 침몰사고와 견줘보는 시각도 나온다.
1990년 9월 호우 탓에 원광 소속 유람선인 새한강1호가 상류에서 떠내려와 하류에있던 세모의 노들나루터호와 노들호를 들이받으면서 15명의 희생자를 낸 사고다. 당시에는 세모가 피해자 쪽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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