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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릴레이 인터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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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한투증권' 미래…베트남 시장서 찾는다"베트남 법인이 서울 본사보다 돈 더 많이 벌 수도"수익원 다변화로 3년 연속 순익 1위…"헝그리 정신이 비결"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칼바람이 매섭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는 증권사 직원들의 곡소리가 쏟아진다.

그런데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담담하게 ཚ년 후'를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인정받는 투자은행(IB)을 만드는 게꿈입니다. 5∼10년 후를 준비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30년 후를 내다보고 최고 IB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고 싶습니다." 유상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미래 먹을거리를 베트남에서 찾고 있다.

인구와 자원이 한국의 2배이고 통일 비용까지 이미 치른 베트남 경제 규모가30년 후엔 한국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인수한 베트남 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의 지분을 48.8%에서 최근 92.3%로 끌어올렸다. 인수할 때 업계 50위였던 이 증권사가 지금은 2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해 목표는 15위다.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유상호 사장은 "베트남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면 이를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베트남 법인이 한국투자증권 본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수익원 다변화로 증권업계 순이익 1위 달성 적자 증권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CEO가 먼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현재 실적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1년,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이익 기준 업계 1위가 확실시된다.

유 사장은 "수익원이 5∼6개 분야로 다변화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보다 직원 수가 적어 1인당 생산성도 가장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식거래중개(브로커리지)에 매달려온 많은 증권사가 증시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을 40%로 비교적 낮게 가져가고 있다.

IB와 자산관리 부문 수익 비중이 각각 30%를 차지한다.

최근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문이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육군 관사를 짓기 위한 920억원 규모 민간투자시설사업(BTL)과 1천835억원 규모의 광화문 트윈트리타워 인수금융 조달 등을 주관했다. 부동산 PF 분야에서 번 돈이 연간 순이익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유 사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은행 중심이던 부동산 PF에 뛰어들었기에 시장을선점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이익 1위 비결에 대해 그는 '헝그리 정신'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이나 금융지주 계열사가 아니라서 비빌 언덕이 없습니다.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기에 직원들이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죠."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명성을 쌓아 메리츠증권 상무,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유 사장도 매년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임기가 고작1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부터 매년 연임에 성공해 7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현직증권사 사장 중에선 최장수다.

◇ 코스피 올라도 투자는 '보수적'으로 유 사장은 국내 증시와 증권업계 상황이 올해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외국인 자금이 작년처럼 대규모로 유입되기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코스피가 10% 정도는 오를 걸로 봅니다." 코스피 상승을 전망하면서도 유 사장은 '보수적 투자'를 강조했다.

미국·유럽·중국 등이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중국도 내수 부양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올해도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가 유망하고, 주식 중에서도 신흥국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작년처럼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최근 유 사장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투자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성장·고금리 시대에는 기대 수익률 자체가 높았기에 수수료나 세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깎아 먹는 0.01%의 수수료와 세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증권사들의 경쟁으로 수수료는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면서 "분리과세, 비과세 등 세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상품으로 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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