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에 대한 경계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면서 테이퍼링이 빨리 시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금리가 박스권 뚜껑을 한 번에 열어젖히고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0%포인트 급등한 연 2.956%를 나타내 연 3.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5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093%포인트 상승한 연 3.238%로 나타났다.
이날 3년물과 5년물의 금리는 각각 지난 9월 10일(연 2.970%), 11일(연 3.240%)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2개월 동안 지속했던 박스권의 상단을 단번에 돌파했다.
국내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만 계약 이상 순매도하며9거래일 연속으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은 테이퍼링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과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에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자, 앞서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했던 채권 시장이 다시 불안감에 휩싸인 것이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에 따른 고용 부진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시점 지연 기대가 크게 약화될 전망"이라며 테이퍼링 시행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금리가 당분간 유의미한 하락폭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말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말 소비시즌이 다가오면 미국의 관련 경제활동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지표가 개선돼 경기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나타내며 10월 한국은행의 수정경제전망 수치를 0.1%포인트 웃돌아 경기회복이 예상보다빨라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채권시장의 수급적 여건도 양호하지 않다.
12월에는 비경쟁 입찰이 없기 때문에 수요자로서는 국채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이유가 작아져 수급적으로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9월 이후 형성된박스권을 한 번에 상향 돌파"했다면서 "하방이 경직돼 금리가 당분간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최근 채권 투자자들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더이상 확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투자자별 듀레이션 추이를 살펴보면 외국인(2.51년)과 보험(5.95년)은 정체 흐름을, 기금(3.74→3.72년)과 투신(2.17→2.15년)은 축소 흐름을 보였다.
신동수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채권금리가 경제지표 개선에 연동돼 완만하게 상승할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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