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기업,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 늘어날 전망
국내 회사채시장에서 BB등급 이하의 투기등급회사채 공모발행이 7개월째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동양 사태 등 잇따른 악재로 회사채시장이 철저히 우량등급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비우량등급 기업들은 앞으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용등급 기준으로 BB등급 이하의 회사채 공모발행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째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3월 11일 STX팬오션[028670](현재 D등급)이 1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올해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의 전부다.
그러나 STX팬오션마저도 발행 당시에는 BBB+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기등급으로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경우는 올해 들어 전무한 셈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STX·동양그룹 사태 이후 투기등급 회사채에 대한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리테일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증권사 신탁이나 개인들의 직접투자 중심인데 최근 연이어 발생한 비우량등급 종목들의 부도로 개인들이투자실패를 경험하면서 소매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투기등급에 대한 투자심리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내 회사채시장은 우량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 위주로만 돌아가는 추세다.
실제로 동양그룹 사태에도 최상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지난 10월 AA등급 이상 수요예측 미매각률이 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BBB등급 이하의 미매각률은 75.1%에 달했고 A등급에서도 54.3%의 미매각률이 발생했다.
김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AA등급 중심으로는 누적 순발행 규모가 점증하고 있지만 A등급 이하에서는 시장규모가 점차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등급별 발행잔액 축소 규모는 A등급(1조9천200억원)과BBB등급(1조9천220억원) 모두 1조원이 훌쩍 넘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살펴봐도 국내 회사채시장이 점차 우량등급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 규모는 발행잔액 기준으로 2009년이후 현재까지 83조원에서 16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이 기간의 증가액 대부분은 A급 이상이 차지했고 오히려 BBB등급 이하회사채 발행 잔액은 7조9천억원에서 6조9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황원하 연구원은 "그동안 비우량등급 기업들이 '낙인효과'를 우려해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을 망설였지만 자체 현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이들 기업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남지 않아 앞으로는 신청 기업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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