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이례적으로 거센매수세를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는 오히려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비교적 탄탄한 재정 건전성으로 외국인 자금을 유인했지만,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등으로 불안정성이 고조되는데도 부담스러울 만큼 상당한 양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강하게 유입한 자금이 대외 악재에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면 오히려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낮 12시30분 현재 1천3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22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순매수 금액은 총 8조6천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자금을 들여오는 데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한국의 안정성이 부각된 것이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외국인 매수세는 과열됐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연준이 자산 매입을 실제로 줄이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아직 불확실한 데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둘러싼 불안감도 커진 상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협상에 실패하면 연방정부 폐쇄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가능하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다음 주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인데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그 의미를 의심할 만하다"면서 "앞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 지금까지 한국시장에 들어온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는 결국 수익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며 "코스피가 1,800대로 떨어진 8월 한국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2,000선 위의 고점 부근에서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외국인 매수를 부추겼던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가 확인된 지난 6월 말 달러당 1천14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천76원까지 하락했다. 3개월 사이 통화가치가 6%가량 절상된 것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원화 표시 자산을 비싼 값에 팔아 환차익을 챙길수 있다.
배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국인은 달러당 1천100원 아래에서는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흐름을 보였다"면서 "원화 가치가 6월 말 이후 이미 약 3개월간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강세 기조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매수 행진이 이어지더라도 지금까지 유입한 자금이 워낙 많아서 당분간순매수 규모는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 3월부터 7월 초까지 10조원가량을 순매도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10조원어치를 다시 사들였다"면서 "연초 매도 물량을 이미 많이 만회했기 때문에 앞으로 순매수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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