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갈수록 '고공행진'…인플레 우려감사인이 고객돈 받고 감사하는 못믿을 구조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국내 회계법인 '빅4'가 감사한 기업의 평균 97%는 '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적정 의견을 받고도 문제가 발견돼 상장폐지되는 등의 사례가발생해 감사의견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회계법인이 피감기업에서 돈을 받고 감사하는 구조여서 의구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30일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들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법인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시행한 감사는 모두 5천160건이며 이 중 97.0%인 5천4건이'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나머지 156건 중 55건은 '한정', 11건은 '부적정', 90건은 '의견거절'을 각각받았다. 비적정 의견이 3.0%인 셈이다.
회사별로 적정 의견은 삼정이 97.7%로 가장 높았고 한영 97.2%, 삼일 96.8%, 안진 96.6%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은 1천30건 중 적정 의견이 97.7%인 1천6건이고 한정 8건,부적정 4건, 의견거절 24건이었다.
대형 회계법인의 적정 의견은 매년 고공행진 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적정 의견 비율은 2010년 96.3%, 2011년 96.8%, 96.8%였고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 96.9%, 2011년 97.6%, 작년 96.6%로 9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또 삼정회계법인은 이 비율이 2010년 98.7%, 2011년 98.4%, 작년 97.7%로 바뀌었고 한영회계법인은 2010년 97.9%, 2011년 97.3%, 작년 97.2%였다.
대형 회계법인들의 적정 의견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피감 기업들이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피감기업들을 위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주는 관행이 만연한 것을 고려하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회계법인들은 이런 관행을 깨기 위해 자정결의대회까지 열었다.
특히 기업들이 자신을 감사할 감사인을 직접 선택해 돈을 주고 감사를 받는 구조에서 '을'인 회계법인이 제대로 감사의견을 부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피감기업이 회계법인 등 감사인을 바꿀 수 있고 이는 결국 회계법인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피감기업이 상장사인 경우 감사 의견이 적정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자칫 상장 폐지될 수 있다.
회계법인 등 감사인이 매년 제한된 시간과 비용에 맞춰 감사보고서를 완성하기때문에 감사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아무래도 이해 상충 측면에 있어서 돈을 받는 기업 쪽이 심판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고객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의견을 강하게 내긴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저축은행들이 각종 불법, 편법으로 분식회계에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됐지만 상당수 저축은행은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 외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았다.
지난 5월에는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공인회계사들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저축은행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했으면서도 막연히 적정 의견을 기재해 분식회계가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정 의견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외국은 더 높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적정 의견이 아닌데도 적정 의견 냈을까 우려가 있으니 감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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