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2일 열리는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 현재의 연 0.75%에서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ECB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작년 7월 회의 이후 9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데에는 유로존에서 부진한 경기 지표들이 연달아 나온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유로존 17개국의 4월 평균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과 같은 46.5로 집계됐다. 제조업 지수도 46.5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PMI가 기준점인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특히 유로존 경제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독일에서도 경기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자 불안감이 확산했다.
독일의 4월 종합 PMI는 48.8로 전달의 50.6에서 크게 하락했다.
서비스 지수는 50.9에서 49.2로 내려갔고 제조업 지수는 49에서 47.9로 더 떨어졌다.
독일 뮌헨 소재 Ifo 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기업환경지수(BCI)는 3월 106.7에서4월 104.4로 떨어졌다. 향후 6개월간의 기업 경기를 전망하는 지표인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기 상승을, 100을 밑돌면 경기 하락을 의미한다.
실물경제의 수요 부진도 심해지고 있다.
독일 3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다임러는 유럽 자동차·트럭 판매가 부진하다며 단 2개월 전에 발표한 올해 자동차 판매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23억 유로(약 3조3천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유럽 지역의 수요 부진이 수익 감소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중국의 경기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난 데 이어 유로존 내에서도 잇따라 실망스러운 지표가 나오자 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블룸버그의 설문에서는 경제 전문가 36명 중 21명이 ECB가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할 것으로 점쳤다. 간밤 유럽증시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급등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현재 유로 지역 전반에 경기 부진과 고용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 등 추가 통화 완화 조치 가능성에무게를 실었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차 양적완화(QE3), 일본의 통화 완화에 이어 주요 국가의 결정적인 유동성 확대 조치여서 국내외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긴축 일변도였던 유로존까지 성장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며 "유로존의 유동성 공급은 주식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유럽계 자금의 위험 자산 선호를 키워 유럽계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주식시장 수급 여건에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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