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내용 추가.>>상장사들, 연봉 5억 이상 등기이사·감사 개별공시제에 반발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9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증권업계는 새 수익원이생겼다면서 적극 환영했다.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도 도입돼 거래소 운영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는 또 재벌 총수를 포함한 상장사 임원의 개별적인 보수를 공시하는 방안도 포함돼 상장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 개정안 핵심은 대형 투자은행 육성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와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도입이다.
앞으로 자기자본금 3조원 이상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증권사가 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기업 자금 대출과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과도한 기업 자금 대출로 투자은행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신용공여 한도액은 총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됐다.
또 계열회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투자은행의 계열회사 대출 금지를 명문화했다.
투자은행은 또 헤지펀드 거래·집행·결제, 유가증권 대여, 신용공여, 신규 펀드 투자자 소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서 수수료와 이자를 받는 프라임브로커리지업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애초 정부 개정안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신용공여 범위를 증권 관련 이외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투자은행 위험 증가와 시스템 리스크 발생 우려 등으로 국회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투자은행에 대해 비상장주식의 매매체결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도 현재 도입을준비 중인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KONEX)과 기능 및 역할 구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개정안에서는 또 정규 거래소의 주식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증권거래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거래소끼리 경쟁을 통해 매매비용을 줄이고투자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ATS도 거래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투자자 보호와 매매체결 안정성 확보를위한 조처를 할 의무가 부과됐다.
아울러 기업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허용된 조건부자본증권 제도도 도입된다.
이밖에 그동안 주총 활성화 장애요인으로 지적된 중립적 의결권 행사 제도(섀도우 보팅·Shadow Voting)가 폐지된다.
섀도우 보팅은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로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량 축소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한 대형 증권사들은 개정안의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를 크게 반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작년 3분기 순이익은 2008년 2분기 이후 18분 기만에 가장 적은 '실적 쇼크'를 겪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형 IB 육성 취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게 돼 어려운 증권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증권사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식거래 수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 방식에서 어느 정도 탈피해 대형 투자은행 업무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면서 "법 통과 후 관련 법령과 규정 개정 등 조속한 후속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등기이사·감사, 연봉 5억원 넘으면 개별 공시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일종의 '성역'으로 여겨져 왔던 재벌 총수를 포함한 상장사 임원의 개별적인 보수를 공시하는 방안이 포함돼 주목된다.
현재는 사업보고서에 등기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만을 기재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몽구 회장 등 사내이사 4명에게 총 91억9천600만원을 지급했다고만 기재하고 있어 정 회장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앞으로는 연봉 규모가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이사 및 감사의 경우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구체적 보수 산정기준과 방법도 함께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개별보수 공시를 통해 최고경영자나 총수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기업의 성과에 따라 임원 보수가 결정되도록 해 지배주주의 이사회 장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에 해당되는 상장사 등기이사 및 감사의 수를 200여개사 600여명으로 추산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상장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공개가 실종된 상황에서 상장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증시의 자금조달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개정안이통과돼 유감"이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들 기업공개를 꺼리는 상황에 규제까지 강화되면 누가 상장을 하려 하겠느냐"면서 "특히 5억원 이상이라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대다수 해당되는만큼 오히려 정부의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도 "외국은 성과에 비해 과도한 연봉 때문에공개가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의 연봉 수준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개인별연봉 공개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했고 영국은 2002년부터 시행했다. 일본도 2010년등기임원 중 연봉이 1억엔 이상인 경우 공시하는 쪽으로 규정을 마련했다.
백광운 참여연대 민생경제실장은 "임원들의 보수는 주주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란 측면에서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을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면서 "또 5억원 이상이면 일반 직원의 연봉과 비교해 공개하기에 충분히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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