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민간 부문의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가처분소득 위축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자생적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10일 신영증권과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작년 3분기 246만7천원, 작년 4분기 241만2천원으로 집계돼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96%와 1.38%의 증가율을 보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2분기 연속 2%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3.60%까지 추락했지만 같은 해 4분기에는 7.38%까지 회복했고, 이후 대체로 5% 수준을 유지해 왔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의 경우 작년 2분기 1.03%로 바닥을 찍고 3분기 1.54%, 4분기 2.69%로 회복하는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원은 "물가가 지나치게 낮아졌기 때문에 실질 가계소비지출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소비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6년 116%에서 2011년 136%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비율이 2012년에는 138%까지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령화와 노후준비 자금 마련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8년 말 6조6천122억원에서 2012년 말 67조3천459억원으로4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늘었고, 순증분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운용기금 순증분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 10%에서 2011년 말 13%로 올랐다.
홍 연구원은 "자생적 소비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시장금리는 당분간정책금리를 계속 밑돌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수출에도, 내수에도 기댈 수 없는 처지인 만큼 2∼3분기 중 추경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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