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종의 수익성이 곤두박질 치게 된배경에는 저성장과 저금리의 늪이 있다.
이에 따라 은행, 보험, 증권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급락했다.
특히 증권사의 수익성 하락이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본시장의 질이 떨어지고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업종 중 수익성 하락이 가장 심한 증권업계에서는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한경쟁력 향상을 촉구했다.
◇ 금융업 수익성 위기…증권 최대 타격 2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중에서도 특히 증권사의 수익성 하락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17.0%이던 증권사 ROE는 작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1.9%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3분기 누적 4.5%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증권사의 수익성 저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코스피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2조8천745억원으로 6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의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년 같은 동기보다 33.8%(1조4천억원)이 감소했다.
수수료 수익이 주 수입원인 증권사로서는 치명적 타격을 입은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증권은 전체 수익에서 수탁수수료 비중이매우 높아 주식거래가 저조하면 바로 영업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대형 IB(투자은행) 육성책이 지연된 탓도 있다.
증권사들이 IB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서면서 자본금이 크게늘었다. 2011년 말 5개 대형 증권사가 실시한 유상증자 금액은 3조5천억원에 이른다.
아이엠투자증권 백운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해 작년 한 해 증권사전체의 합산 자본이 약 13% 증가했는데,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후 순이익이 급감하자 ROE도 덩달아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는 은행과 보험업의 수익성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 ROE는 2007년 14.6%에서 작년 6.41%로 낮아졌다. 생명보험 ROE는 2007년 10.13%에서 2011년 8.06%로 떨어졌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생명보험업은 고정금리로 된 상품이 많아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성이 바로 치명상을 입고 은행도 순이자마진(NIM)이 급격히 하락한다"고설명했다.
전효찬 연구원은 "올해에도 세계적인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어서금융회사 경영환경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 활력 저하 우려…증권업계는 제도개선 촉구 전문가들은 금융업계가 어려워지면 자본시장의 건전성은 물론 국가 경제의 활력소도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업 본연의 기능인 자금조달 기능 저하로 기업 투자가 감소될 수 있다. 또서민에 대한 대출이 줄어 소비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나 신성장 사업이 크려면 자금조달이 원활해야 하는데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런 부문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금융권이 안전 대출을 선호하면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의 생활고가중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 내수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영수 연구원은 "금융은 중소기업에 성장기반을 제공해 대기업과의 양극화를축소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자본조달 기능은 잘되지 않고 파생상품 같은 금융업계의 '꼼수'만 늘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수익성 하락이 심각한증권사의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수익원 다각화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효찬 연구원은 "세계적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다른 지역 금융사와의 인수합병(M&A)으로 지역간·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언 연구원은 "국내 증권업계는 나눌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정해진 상황이어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증권사는 위탁매매 중심의 협소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구조가 대부분인데 특히 기업고객에 대한 서비스 능력을 높여야 선진국 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다"며 체질강화를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 증권업의 성장성이 제한된 점을 지적하며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은행이나 보험은 상품에 따라 높은 세제혜택을 보장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세제혜택 상품이 미흡하고 업무 영역도 중개업에 치중돼 있어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금융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산규모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은행의 총자산은 1천969조원으로 금융투자업(240조원)의 8배에 이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IB의 성장을 유도하고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를 도입해 시장을 효율화해야한다"라며 "IB업무 인가 기준을 다양화해 중소형사의 특화를 유도하고 ATS의 인가요건도 완화해 활발한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ohye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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