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환율변동위험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날렸던 키코(KIKO) 피해에 대한 트라우마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중소기업들이 '환변동보험' 가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그만큼 수출 기업들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에 맞는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커지는 換리스크…'키코 악몽'에 中企 절반은 손도 못 대 24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기관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수출 중소기업의 46.5%는 특별한 환위험 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선물환 거래나 환변동보험 가입 등 적극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중소기업 중 24%가량이 선물환 거래를 이용하고 6.6%만이 무역보험공사의환변동보험에 가입하거나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결제통화 다변화 등소극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기업은 20% 정도다.
특히 정보와 인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경우 더욱환위험 관리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국내 중소기업 중 100만달러 미만을 수출하는 기업 비중이 무려 82.7%인데 수출액 500만달러 미만 기업 중에는 불과 27%만이 환위험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연간 5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은 58%가 환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우선'자연 헤지(Natural Hege)'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헤지를 통해 발생하는 기대손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회피하고 장기적으로 환율로 인한 손익이 제로가 되는 자연 헤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작년 12월 초 무역보험공사가 설문조사에서는 수출 중소기업 371개사 중 환율 하락 대책을 묻는 질문에 27%가 수출단가를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가격경쟁력의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출시하고 있는 환헤지 상품의 경우 무엇보다 키코 사태에 대한 재발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키코는 중소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헤지하기 위해 가입했던 통화옵션 상품으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약정금액 상한을 넘어섰고이 상품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환손실을 입었다.
이로 인해 도산한 기업이 다수 발생했고 피해 기업들과 은행간에는 아직도 소송이 끝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이런 사태가 재발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은행들 역시 이를 의식해 적극적인 영업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환변동보험 가입 늘었지만 광범위한 지원대책 필요 환율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최근 수출 기업들의 환변동보험 가입 실적이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환변동보험은 수출과 수입에 따른 거래금액을 특정 환율에 고정함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을 제한시키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가능하게 도와주는 상품이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환변동보험 인수 실적은 총 3천59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773억원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보험금 지급액도 올해 1월 51억6천만원으로 전년동기(22억2천만 원)에 비해 급증했다.
작년 말 이후부터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환율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환변동보험 지급액도 작년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
보험금 지급은 작년 1월 22억2천만원에서 2월 21억5천만원, 3월 27억7천만원 등으로 증가폭이 미미했지만, 작년 10월에는 49억3천만원, 11월 52억6천만원에서 12월에는 71억5천만원까지 확대됐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올해 1월 51억5천만원으로 전월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은 환율이 많이 떨어져 조기결제 비율이 늘어났고, 실제 만기가 많이 몰렸던 요인이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출 중소기업들은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약한 탓에 환리스크관리 능력이 취약해 원화 강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할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환변동보험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반응은 아직도소극적인 편이다.
전문가들은 환위험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별도의 맞춤식 대책과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천대중 연구원은 "중소기업 스스로 환위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들의환위험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 만큼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귀수 연구위원은 "현재 수출중심 구조를 조금이나마 축소하는 것이 환율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며 "내수 기반 산업과 신 성장산업에대한 지원확대와 산업단지 활성화, 벤처기업 지원 확대 등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한 중견기업 육성도 중요하다"며 "과거 키코사태 여파가 가시지 않았지만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수요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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