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 자금이 선진시장보다 신흥시장으로 몰린 데는 신흥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과 통화 가치 상승이 원인이 됐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잇따라 충격을 받은 반면 신흥국시장은 상대적으로 탄탄했다. 주요국의 통화 완화는 신흥 시장에 '환차익'이라는 장점도 제공했다.
신흥국 펀드 자금이 늘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은 원화 가치 상승세가 최근 지나치게 빨라진 탓에 신흥 펀드 자금유입이 한국 증시 상승으로 즉각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외국 자금, 선진국 대신 신흥국으로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2001년 첫주를 기준으로 올해 1월9일까지 총 2천242억달러의 자금이 신흥국 펀드에유입됐다.
1월 3∼9일 1주 사이에만 74억달러가 신흥국 펀드로 들어왔다. 이는 수치 집계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시장 펀드에서는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2001년 첫주부터 지난주까지 선진시장 펀드에서는 총 872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선진시장 펀드에 비해 신흥국시장 펀드가 큰 관심을 받은 데는 선진시장의 '대표주자'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선진국 주식시장의매력이 떨어지자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선진펀드와 신흥펀드의 자금 유출입 추세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있던 2008년부터 확연하게 엇갈렸다.
2008년 이후 신흥펀드에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온 반면 선진국 펀드에서는자금이 전반적으로 빠져나갔다.
미국과 유로존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 조치로 신흥시장의 통화 가치가 상승한 것도 원인이다.
통화 완화 조치가 효과를 보기 시작한 작년 11∼12월 신흥국 펀드에는 매주 20억∼70억 달러의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지만 선진국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잦았다.
한화투자증권 강봉주 연구원은 "작년 4분기부터 주요국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조치로 신흥국 시장 통화가 강해졌다"며 "이에 따라 세계 자본은 환차익도 얻을 수있고 주가도 저평가된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신흥국 펀드 성장, 韓 시장에 호재…원화 가치 상승 행진은 부담 신흥국 펀드에 자금이 늘어나면 투자처에 속한 한국 증시에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펀드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와 일본제외(Ex-Japan) 아시아펀드가 포함돼 있다.
강 연구원은 "한국이 포함된 펀드의 한국시장 투자 비중은 10% 내외지만 이들펀드의 자금 유입과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입 사이 상관관계가 75%에 달한다"며"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흥국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이 활발했던 작년에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작년 한 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17조6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11년 9조6천억원 순매도에서 대폭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보유비중은 2011년말 30.4%에서 작년말 32.2%로상승했다.
선진국의 통화 완화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통화 강세를 보이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 의욕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통화 가치 상승 속도가 다른 신흥국보다 훨씬 빠른 탓에 오히려매수세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동부증권 노상원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가 모두 비슷한 수준의 강세를 나타낸다면 한국 시장이 더욱 빛을 보겠지만 현재 한국은 원화 가치 상승세가 과도하게 빠르다"라며 "아직은 외국인 자금의 유입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홍지영 연구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앞으로 원화 가치 강세 기조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이는 수출주에 대한 우려를키워 신흥국 내에서 한국 시장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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