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었는데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추가 주주환원 방안이 내년 1월로 미뤄진 데 대한 아쉬움에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우려까지 겹치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달아오른 기대가 식은 여파란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는 추가 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며 향후 주주환원책 강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대 실적만으로 부족했나…추가 주주환원책 기다리는 시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마지막 거래일인 10월 30일 전장 대비 7000원(3.02%) 내린 22만5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전날 4.13%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8일과 비교하면 이틀간 7.02% 떨어졌다. 지난 6월18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 36만2500원과 비교하면 37.93% 낮다.확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는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 27일 4.23%, 28일 9.01% 오르며 이틀간 13.62% 뛰었다.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 공개를 계기로 AI 수익성 우려가 누그러지고,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방안이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졌다. 그러나 발표 당일에는 4.13% 내린 23만20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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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거두며 4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 8일 잠정실적을 통해 이익 규모를 확인한 시장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실행 시점에 주목했다. 하루 앞서 SK하이닉스가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나선 점도 삼성전자의 후속 조치에 대한 눈높이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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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놓은 환원 규모는 작지 않았다. 확정한 3분기 현금배당만 30조원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총 환원 예상액 90조~110조원 가운데 이미 집행하거나 확정한 금액을 뺀 잔여 재원도 55조~75조원에 달다.
아쉬움을 남긴 것은 추가 환원의 실행 시점이었다. 회사는 잔여 재원을 현금배당과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되, 최종 환원 규모와 실행 방안은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내년 1월 말 확정하기로 했다.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은 당장 주가를 받칠 조치를 기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은 자사주 매입, 소각과 같은 즉각적인 주가 부양 정책의 발표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삼성전자 종목토론방에는 추가 주주환원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투자자들은 "주주환원을 제대로 했다면 주가가 이렇게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자사주 매입 공시를 얼른 발표하라",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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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 기술주 약세도 부담을 더했다. 알파벳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실적 부진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우려로 12.64%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1.38%,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42%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확인한 시점에 해외에서는 그 이익의 바탕인 AI 투자가 계속될지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재차 번졌다.
증권가 "추가 주주환원은 시간문제"
다만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순현금이 197조원에 달해 추가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IR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순현금은 197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3% 늘었다. 불과 한 분기 만에 30조원 불어났다.류형근 연구원은 "주주환원은 시점의 문제"라며 "총 주주환원 규모와 차기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 방향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은 우선주 중심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고 규모는 25조원 내외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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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정책 발표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사업에 기반한 추가 잉여현금흐름(FCF) 여력을 바탕으로 내년 1월 말 발표될 차기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공급계약에 따른 이익 안정성도 환원 확대의 근거로 꼽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중장기 실적 안정성이 확보된 만큼 내년부터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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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재의 환원책만으로는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46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낮췄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경쟁사와 비교해도 선호도가 낮아질 것으로 고려하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