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시행에 앞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원청 사용자성을 좁게 해석하는 지침을 내놨지만, 정작 일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 등 법적 다툼을 포기하고 원·하청 교섭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조합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지노위나 중노위에서 기각 판정문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법원을 향하는 등 법적 다툼에 나서는 것과 대조된다. 지침이 현장의 대응을 일관되게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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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세청은 지방노동위원회가 초심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도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앞서 정부는 지침에서 공공부문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법률과 예산으로 정해지며 정부·공공기관은 이를 '집행'하는 데 그친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까지 사용자성이 광범위하게 확대될 경우 교섭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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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조에 따라 중노위는 경기도와 충북 보은군, 경기 화성시, 울산시 등 지자체에 대한 사용자성 주장을 기각해왔다.
하지만 중노위는 지난 8월 공공연대노조가 인천 부평구를 상대로 신청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인천지노위의 초심 결정을 취소하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지자체도 원청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경상남도와 창원시에 대해서도 "원청으로서 교섭 상대가 된다"는 판정이 잇따랐다. 강원지노위 역시 지난 6월, 춘천시로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탁받은 민간업체 소속 근로자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이 춘천시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에서 시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인천 부평구 사건 판정에 대해 당시 "정부·공공기관 등이 재량권을 갖고 사업 수행 근로자의 구체적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 사안별로 판단한다"며 "부평구청장이 권한과 재량에 따라 민간 대행업체에 내린 과업지시서 등을 근거로, 소속 근로자의 작업방식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과 결정권을 가진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원청인 지자체가 업무 시스템이나 시설을 통제하는지가 하청노조의 교섭 상대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중기부 사건에서는 콜센터 상담사의 악성 민원인 사전 차단, 상담환경 개선, ARS 안내 변경 등에 필요한 전산시스템과 운영체계를 중기부가 직접 관리·변경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반면 경기지노위는 화성시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의 수당·채용 문제와 관련해 화성시가 체육회에 예산을 지원하더라도 이는 지방의회 조례와 예산에 따라 집행하는 것일 뿐, 수당 등 근로조건을 직접 정하거나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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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상 의원은 "정부가 사용자성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라는 지침을 내놓고도 정작 부처와 지자체가 스스로 재심을 포기하거나 교섭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 스스로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침이 현장서 작동하지 않으면 교섭 혼란은 고스란히 공공부문과 하청 근로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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