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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키운 일본 아이돌, J팝 '글로벌 무기'로 돌아왔다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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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키운 일본 아이돌, J팝 '글로벌 무기'로 돌아왔다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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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네즈 겐시의 ‘IRIS OUT’은 올해 상반기 일본 밖에서 가장 많이 들린 일본 노래가 됐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체인소맨 레제편’의 주제가로 지난해 9월 공개된 이 곡은 미국 빌보드 ‘Global Excl. U.S.’에서 일본어 노래 역대 최고인 2위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미국·프랑스·싱가포르·대만·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지역의 일본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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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일본 국내 시장에 머물렀던 J팝이 세계 음악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요네즈 겐시뿐 아니다. YOASOBI의 ‘아이돌’, Creepy Nuts의 ‘Bling-Bang-Bang-Born’과 ‘오토노케’, 후지이 가제의 ‘죽는 게 나아’, imase의 ‘NIGHT DANCER’ 등이 유튜브와 틱톡, 스트리밍 플랫폼을 타고 해외에서 잇따라 히트했다. 9월 현재 빌보드재팬의 해외 일본음악 차트에서도 King Gnu의 ‘AIZO’, 요네즈 겐시의 ‘IRIS OUT’, imase의 ‘NIGHT DANCER’, 후지이 가제의 곡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 TV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의상은 물론 여러 명이 대형을 바꾸며 춤을 추는 군무, 댄스 브레이크, 뮤직비디오 색감과 카메라워크까지 과거 J팝과 크게 달라졌다. K팝이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시장에서 확립한 ‘완성형 퍼포먼스’의 제작 문법을 일본 음악업계가 적극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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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음악이 K팝과 비슷해지는 것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연습생을 선발해 장기간 반복 훈련한 뒤 완성된 팀으로 데뷔시키는 K팝식 육성 시스템이 일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원래 아이돌과 댄스 교육의 저변이 넓고 한국과 거리·문화적으로 가까워 이런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한국 K팝 기획사들이 해외 멤버를 뽑을 때 일본 시장을 일찍부터 중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세계 2위 음악시장이라는 매력이 있는 데다 일본인 멤버를 통해 현지 팬덤을 확보하기도 쉽다. TWICE, LE SSERAFIM, IVE 등 주요 K팝 그룹에서 일본인 멤버가 활약하면서 한국식 트레이닝을 경험한 일본 인재도 크게 늘었다. K팝이 일본의 인재를 흡수했던 흐름이 이제 일본 음악산업의 제작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CD 시대 지나 스트리밍 시대로
    여기에 일본에는 K팝이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도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이다. ‘IRIS OUT’의 세계적 히트에는 ‘체인소맨’의 인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YOASOBI의 ‘아이돌’ 역시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통해 세계 팬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음악은 가수나 그룹 자체의 팬덤을 먼저 구축하는 K팝과 달리 애니메이션·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노래가 먼저 해외에 침투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리밍의 확산은 이런 일본의 강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가별 음반 유통망을 확보해야 했던 CD 시대와 달리 이제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 주제가도 동시에 수십개 국가에 노출된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를 통해 일부 구간이 유행한 뒤 전체 음원의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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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음악업계도 데이터에 기반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신콘텐츠링크는 세계 500개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를 확보한 미국 루미네이트와 손잡고 일본 노래가 어느 국가에서 얼마나 재생되는지를 분석한다. 최근 국제음악상 ‘MUSIC AWARDS JAPAN’에서 최우수 악곡상을 받은 사카나쿠션의 ‘괴수’는 시상식 전후 22개 국가·지역에서 재생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베트남에서는 증가율이 227%에 달했다.

    연예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캬리 파뮤파뮤와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를 보유한 아소비시스템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법인을 세우고 북미 공연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관리회사 NexTone은 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약 1500곡에 달하는 음악 카탈로그를 확보하고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저작권료를 직접 징수하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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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까지 가세했다. 일본 정부는 애니메이션·게임·음악 등 일본 콘텐츠의 해외 매출을 2033년까지 20조엔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콘텐츠 산업의 해외 매출은 이미 5조8000억엔 규모로 반도체 산업을 넘어섰다. 일본 음악산업만 놓고 봐도 2024년 해외 매출은 약 1240억엔으로 집계됐다.

    일본이 다시 세계 음악시장에 눈을 돌릴 수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내수시장도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2위 음악시장으로, 2025년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8.9% 성장했다. 과거에는 거대한 국내시장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해외에 나갈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는 일본에서 수익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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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선 지금까지는 K팝이 아시아 대중음악의 세계화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일본 음악이 그 시장의 일부를 파고드는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메이크업과 안무, 트레이닝 등 K팝이 닦아놓은 글로벌 아이돌 제작 방식을 흡수하면서도 애니메이션·게임·밴드·‘가와이이’ 문화라는 일본 고유의 콘텐츠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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