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4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열전을 마감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를 수확하며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단체 구기 종목은 결승에서 일제히 개최국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올랐지만, 정작 메달 순위를 견인해 온 전통의 ‘효자 종목’들은 아시아 무대의 상향 평준화 벽에 부딪히며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다.
압도적인 선수층을 자랑하는 중국(금 169개)이 12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일본(금 83개)은 역대 하계 대회 최고 성적을 거두며 2위를 수성했다. 한국은 대한체육회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목표치(금 40개)에 단 1개가 모자란 성적표를 받아들며, 기초 종목 육성에 오랜 시간 공들인 일본과 뼈아픈 격차를 확인해야 했다. 한국 체육계가 낡은 엘리트 육성 시스템의 체질 개선과 유망주 발굴을 위한 제도 보완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궁·수영의 뼈아픈 붕괴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0개 고지를 밟지 못한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28개) 이후 44년 만이다.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꼬박꼬박 챙겨왔으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49개), 2022년 항저우(42개)에 이어 이번 나고야 대회(39개)까지 3개 대회 연속 하락세가 굳어졌다.ADVERTISEMENT

든든한 메달밭 역할을 하던 주력 종목에서 부진한 영향이 컸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양궁은 금메달 3개에 그치며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이어온 여자 리커브 단체전의 8회 연속 우승이 좌절됐고, 개인전에서도 오예진이 17세의 인도 신성에게 일격을 당하는 등 글로벌 평준화의 현실을 실감하게 됐다.
기초 종목은 더욱 심각하다. 수영 경영은 김우민의 어깨 부상 악재 등 변수가 겹쳐 금메달 1개에 머물렀다. 탁구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노 실버’의 수모를 겪었고, 육상(동메달 3개)과 유도(금메달 1개), 태권도(겨루기 금메달 1개) 등 전통 강세 종목 전반에 걸쳐 경쟁력 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ADVERTISEMENT
펜싱은 금메달 4개를 따내며 효자종목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에이스’ 오상욱은 2024 파리 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번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선수단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여자 에페 송세라도 개인전 금메달로 징크스를 깨며 맏언니의 품격을 보여줬다.
◇韓 체면 살린 단체 구기
그래도 단체 구기 종목이 한국 선수단의 체면을 살렸다. 농구 대표팀은 12년 만에 남녀 5대5 종목에서 일본을 꺾고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대학생 4명으로 팀을 꾸린 남자 3대3 대표팀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농구에서만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5연패의 역사를 쓴 야구 대표팀과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축구 대표팀,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여자 핸드볼 역시 모두 결승에서 일본을 제압하며 구기 종목 전반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44년 만의 최소 금메달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는 단기 성과에 의존해온 한국 엘리트 체육의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아시아 무대의 상향 평준화와 기초 종목에 장기 투자해온 일본 등 경쟁국의 약진은 한국 체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2년 뒤 열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등 주요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한계에 직면한 낡은 엘리트 육성 시스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기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초 종목의 저변을 넓히는 등 체질 개선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