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가 혹평을 딛고 예상 밖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고급 차 업계 전반의 전기차 성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5월 공개된 페라리의 루체는 7월 이미 올해 내부 판매 목표인 500대에 육박하는 주문을 확보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루체 출시와 관련해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이뤄낸 것에 만족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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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차량이 공개되자 SNS에서는 애플의 전 디자이너인 조니 아이브가 맡은 디자인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페라리 회장을 지낸 디 몬테제몰로는 루체를 두고 “적어도 중국인들이 베끼지는 않을 차”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디자인 논란과 별개로 페라리가 루체를 내놓은 데는 분명한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중국과 실리콘밸리의 젊고 부유한 소비자를 끌어들여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고급 차 전문 애널리스트 스콧 셔우드는 “고급 전기차 구매자는 기존 슈퍼카 고객과 전혀 다른 층”이라며 “페라리는 아예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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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고급 차 업체가 이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경기 부진으로 고급 차 수요가 약해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투자를 늘리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특히 페라리의 성공에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있다. 셔우드 애널리스트는 “규모와 브랜드 파워를 고려했을 때 페라리는 성공하기 위해 1만대를 팔 필요가 없다”며 “1000~1500대만 팔아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르쉐의 문제는 2만~3만 대를 팔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벤틀리와 재규어, 포르쉐 등은 전기차 출시를 이어가면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함께 가져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포르쉐는 전기 718 출시를 준비하는 동시에 2028년 가솔린 버전 마칸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맥라렌은 지난해 전기차 스타트업 포세븐홀딩과 합병했음에도 첫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개발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역시 2030년까지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2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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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차 업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곳은 미국이다. BCG와 듀폰 레지스트리는 미국 고급 차 시장이 현재 1100억달러에서 2035년 최대 21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산업 성장으로 새롭게 부를 축적한 소비자층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문제는 고급 전기차 수요가 대중 전기차 시장처럼 빠르게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3분기 약 6%로, 1년 전 10.6%보다 낮아졌다. 고급 차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고객 수요도 여전히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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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2030년 순수 전기차 비중 목표를 20%로 낮추는 대신 가솔린 모델과 고가 한정판을 계속 판매할 계획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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