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약 1년 만에 대미 전략투자의 큰 틀이 합의됐다. 작년보다 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구체화하면서도 한미 통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장수는 지리(地利)나 천시(天時)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협상은 시간과 장소가 따로 없었다. 거의 매달 미국을 찾았고, 올해만 24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났다. 뉴욕에선 러트닉 장관과 행사장을 옮기며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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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용이었다.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는지, 우리 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우리 산업의 미래와 한미 산업협력에 무엇이 남을 것인지 따져야 했다.
과정은 치열했다. 구체적 프로젝트 선정을 두고 팽팽한 샅바싸움이 이어졌다. 우리는 미국 측 사업의 구조와 위험요인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집요하게 설명을 요구했다. 안전장치도 문구 하나하나를 따졌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은 미측 철회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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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시한 선택지 안에서 답을 찾는 데 그치지도 않았다. 우리의 필요에 맞는 사업을 다수 발굴해 협상 초기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원전 프레임워크(프로젝트 파워)가 대표적이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처음으로 한국 노형(APR1400)이 진출할 수 있도록, 상무부 외 미측 이해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해 끈질기게 설득했다.
협상은 마지막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몇 시간을 마주 앉아도 문구 하나 합의하지 못한 날이 있었고, 새로운 쟁점이 계속 이어졌다. 최종 합의를 앞두고는 나흘 연속 밤샘 협상이 이어졌다. 특히 상업적 합리성과 안전장치 문구 하나하나에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합의가 지연돼 우리 기업을 더 거센 통상 파도 앞에 세울 수도 없는, 백척간두에 선 심경이었다.
그 갈림길마다 각오를 다잡으며 떠올린 말이 있다. 손자병법 구변편 ‘지자지려 필잡어리해(智者之慮 必雜於利害)’라는 문구다. 지혜로운 이는 이익을 볼 때 위험을 함께 살피고,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이익을 찾는다는 뜻이다. 불가피한 부담이라면 그 안에서 국익으로 바꿔내는 것, 그것이 협상 내내 붙든 원칙이었다. 기업인의 눈으로 상업적 합리성을 꼼꼼히 따지되, 전체 판은 글로벌 통상환경과 전략적 이익 차원에서 큰 틀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프로젝트 합의는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성과는 더 긴 시간이 흐른 뒤 드러날 것이다. 향후 우리의 미국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고, 한미 양국이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다. 그때 금번 합의가 ‘역사’로 남아 국익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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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고비는 계속될 것이다. 그때마다 당장의 비용과 미래의 기회, 우리의 득실을 모두 저울 위에 올려놓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판단의 기준은 끝까지 하나다. 바로 대한민국의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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