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를 넣은 생수 한 병 25달러(3만4000원), 유명인의 레시피를 활용한 스무디 21달러(2만8000원)…. 미국 서부의 최고급 유기농 식료품점 ‘에레혼(Erewhon)’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다. 에레혼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상류층이 찾는 ‘부자들의 마트’로 입소문이 나 로스앤젤레스(LA)의 ‘힙스터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에레혼은 헤일리 비버, 켄달 제너 등과 협업 마케팅을 통해 젊은 층의 ‘디토(ditto) 소비’를 이끌어냈다. 디토 소비는 ‘나도’를 의미하는 라틴어 ‘디토’를 더해 좋아하는 인물,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따라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유기농 제품, 윤리적으로 생산한 제품만을 고집하며 고가 전략을 펼쳤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에레혼을 가장 혁신적인 소매업체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똑똑한 사업 모델로 식료품점을 디자이너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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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들이 ‘한국판 에레혼’을 표방하고 나섰다. 작년 말 문을 연 서울 청담동 ‘하우스 오브 신세계 청담’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스무디바인 ‘트웰브 원더바’다. 원더바에선 인삼, 케일 등 원물을 급속 냉동해 즉석에서 갈아낸 스무디를 최고 2만8000원에 판매한다. 일반 프랜차이즈 스무디 가격의 서너 배에 달하지만 종종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식품계의 에르메스’로 불릴 만큼 고가 식음료를 둘러싼 경쟁도 뜨겁다. 건강과 미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트렌드가 매일 먹고 마시는 식음료로 확산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강남점 프리미엄 와인 전문관에서는 한 병에 2억원이 넘는 ‘르로아 뮈지니’ 등 초고가 와인을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고메이494는 국내산 참기름 한 병(250mL)을 일반 제품 가격의 5배에 이르는 5만5000원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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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에선 한 알에 1만9000원인 H스위트 복숭아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맛과 품질이 보장된 초고가 과일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H스위트 매출은 올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100% 늘었다.
다른 백화점도 식음료 공간 고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지난 8월 17개월에 걸친 대규모 리뉴얼을 마무리하며 지하 1층에 대규모 푸드홀과 디저트 특화 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식음료 고급화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식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 늘어나 전체 매출 증가율(23.6%)을 5.5%포인트 웃돌았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식음료 매출 증가율도 전체 매출 증가율보다 2~5%포인트가량 높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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