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중간에 그만두겠지."
10년 전, 스물아홉의 여성 지휘자 진솔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마흔이 되기 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에도, 돌아온 것은 불신 가득한 눈초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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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솔(39)은 한번 내뱉은 말은 끝내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이끄는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마지막으로 민간 오케스트라 최초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을 마친다. 2017년 말러 교향곡 10번으로 '말러리안 프로젝트'의 첫발을 뗀 지 약 10년 만이다. 오케스트라 이름이기도 한 '말러리안'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열성 팬을 지칭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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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 지휘자는 1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히 끝까지 해낼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묵묵히 해온 저 자신, 특히 어린 날에 용기 있게 도전한 저한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은 작품에 따라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합창단이 동원된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도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난해한 곡이 많아 경력이 뒷받침되는 중장년 이상의 지휘자만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진솔은 무모해 보이는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했다. 그 자신이 누구보다 말러를 사랑하는 '말러리안'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한 진솔은 2016년 말러를 사랑하는 연주자들을 모아 민간 교향악단 말러리안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그는 말러의 매력에 대해 "다른 작곡가에 비해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음악 안에 가득 눌러 담았다"며 "왠지 모르게 장악당하고 끌리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말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진솔에게 말러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처음엔 말러를 자아성찰을 잘하는 멋있는 작곡가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간 말러만 미치광이처럼 파헤쳐보니, 이제는 말러와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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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도, 수백 명에 달하는 연주자를 꾸리고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인 이유는 분명했다. "'진솔도 하는데 누가 못하겠어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특정한 사람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30대 이상 음악가들은 꿈을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30대를 넘어서도 스스로를 믿고 끈기를 가지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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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후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말러 풍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31일 말러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진솔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만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러 작품을 50대만 연주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저희 오케스트라는 20~30대가 대부분이에요. 말러만 생각하려고 모인 젊은 친구들이 연주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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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