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대미투자를 활용하기 위해 앞서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늘 발표하는 이 거대한 투자 패키지는 우리의 핵심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을 확립하며, 한국 및 태평양 전역과의 파트너십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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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이 파이프라인은 수출을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한국의 총 투자금액이 2000억달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발언에 나선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에 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자될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와 막대한 투자 자금은 알래스카가 가진 엄청난 천연자원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산업통상부 측은 이와 관련해 "투자 금액 등이 정해진 바는 없으며, 상업적 합리성을 갖는지 여부를 검토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일방 발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은 2029년까지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앵커리지까지 1200㎞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시행자인 글렌파른 측은 2029년 중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가스 공급을 시작하고, 2031년까지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에 LNG 터미널을 건설해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러트닉 장관이 '500억달러 이상의 금액'을 구체적으로 인용한 것은 사업 시행자인 글렌파른 알래스카의 지난 6월 주 상원 보고 내용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글렌파른 알래스카는 이 사업에 445억~545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서 상단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내용이다.
실질적으로 사업비용 전액을 대라는 것이다. 당시 글렌파른은 구체적으로 1단계 파이프라인 건설에 132억~169억달러, 2단계 터미널 건설에 236억~284억달러, 북부 가스전 처리시설 건설에 72억~92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지 사정과 최근 상승한 건설비용 등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버트 스테드먼 알래스카 주 상원의원은 “620억~650억달러가 더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최종 부담액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주 국회 보고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3대 대미투자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는 것이고 상업적 합리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온도 차가 크다.
이날 발표 자리에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댄 설리번 공화당 의원과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등이 참석해 이 프로젝트가 '공화당 지원용'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설리번 의원은 "이것은 우리 주가 거의 반세기 동안 추진해 온 사업"이라면서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50년에서 100년 동안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고, 미군에게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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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는 그동안 앵커리지 인근 '쿡 인렛' 가스전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가스를 채굴해 사용했으나 이 가스전은 현재 거의 고갈된 상태다. 따라서 북부 가스전에서 내려오는 가스 파이프라인은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알래스카에는 북부에서 남부 발데즈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라인이 형성되어 있으며, 가스 파이프라인은 페어뱅크스 인근 리븐굿까지는 원유관과 병렬 형태로 배치되고 이후 앵커리지 서부 니키스키 터미널로 연결될 예정이다.
◆ "동맹국이 미국 에너지에 의존하게"
트럼프 정부의 장관들은 이날 행사에서 알래스카산 LNG를 사게 되는 동맹들이 미국산 에너지에 '의존'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동맹의 입장에서는 다변화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동맹에 가지는 또 하나의 '통제수단'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이 "알래스카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구도까지 바꿀 것"이라면서 "알래스카 주민들이 먼저 가스를 사용하여 비용을 절감한 뒤, 동남아시아 전역이 그 가스를 공급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전체가 가스와 천연자원 공급을 위해 대통령과 미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세계가 미국을 바라보고 미국과 협력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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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버검 내무장관도 현재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하와이와 괌, 아메리칸 사모아, 마리아나 제도 등 미군 기지가 위치한 미국령 지역이 미국산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알래스카나 우리의 동맹국인 일본(미군 5만 명이 주둔 중인 곳)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중동에서 일본까지 화물을 운송하려면 거의 30일이 걸리지만, 앵커리지에서 도쿄까지는 8일이면 충분하고 운송 경로의 대부분이 미국 영해를 통과한다. 한국으로의 운송 거리도 훨씬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버검 장관은 "필리핀, 대만 등 우리의 모든 동맹국이 미국산 에너지에 의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이 관세인하를 위해 비용 지불"..'2500억달러' 부풀리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 중에 이번 투자가 관세협상의 결과라는 점을 여러 번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의 무역 협정에 따라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했고, 그 대가로 저는 관세를 15%로 낮춰준 것"이라고 표현했다.또 "그들은 관세 인하를 위해 비용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프로젝트 규모가 워낙 커서 자금을 쉽게 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부담하고, 유럽은 6500억 달러, 한국은 약 2500억 달러를 부담한다. 모두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이고 이 중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2000억달러인데 이를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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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와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 건설될 가스 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전국에 건설될 8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국가로서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유럽의 일부 국가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자력 발전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자찬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