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공 중심 인사제도를 운영해 온 한 금융 정보기술(IT) 솔루션 중견기업 A사가 직무능력 중심의 레벨제도를 도입한 뒤 이직률이 1년 만에 5.5%에서 0.9%로 급감했다. 사원부터 전무까지 이어지던 10단계 직급을 걷어내고 직무능력에 따라 L1~L8 레벨을 부여하면서 성장 경로와 보상 기준을 함께 정비한 결과다.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가 30일 공개한 '임금정보브리프'에 따르면 A사는 임직원 약 300명, 지난해 연간 매출 900억원 규모를 자랑하는 20년 된 금융 IT 솔루션 업체다. 이 회사는 금융권·공공기관을 상대로 SI·SM 사업과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플랫폼·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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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를 분석한 김은경 시앤피컨설팅그룹 이사는 임금정보브리프를 통해 IT 산업이 약 10만개 사업체·종사자 약 77만명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시근로자 수가 50명 미만인 기업이 이 중 96.6%를 차지해 자체 인사관리 체계를 설계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가 IT 기업 169곳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불명확한 역할·책임, 구성원이 성장 경로를 찾지 못해 이직하는 문제, 연공서열식 자동 승급·직무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보상 등이 공통적인 문제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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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도 사업 변화 속도를 인사제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기존 직급은 사원-대리-과장-차장-선임-부장-수석-이사-상무-전무 등 10단계에 달했다. 단계가 많아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탁하기 어려웠고 실제 역할·직무능력과 직급이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프로젝트 조직에서는 직급의 높낮이가 발언권으로 이어져 기술적 판단을 어렵게 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회사는 직급·호칭·역할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시 짰다. 직무능력에 따른 처우 기준은 L1~L8 레벨로 바꾸고 호칭은 프로·매니저·마스터·캡틴 등으로 단순화했다. 성장 경로도 관리 역할을 맡는 '매니저 트랙'과 전문성을 축으로 커가는 '개발 전문가 트랙'으로 나눴다. 팀장이 되지 않더라도 높은 레벨을 획득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레벨업은 '기본룰'과 '성장룰' 두 단계로 운영한다. 기본룰의 경우 매너·애티튜드 영역에서 각각 자신 있는 항목 5개씩을 수행해 합계 1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공통·직무레벨·프로젝트 미션을 수행해 배지를 모은다. 레벨업에 필요한 배지는 L1~L4가 12개, L5~L7은 16개다. 레벨업은 연 2회 실시한다. L5 이상은 레벨업위원회의 별도 심의를 거친다.
보상도 레벨과 연결했다. 개발직·비개발직을 나눠 L1~L8별 페이밴드를 설계하고 시장 임금수준과 직무가치를 반영했다. 본부장급에는 목표 달성형 인센티브(TI)를 도입했다. 전사 목표 달성률이 100%에 못 미치면 지급하지 않고 100~120%, 120% 초과 구간에서 각 본부의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명절귀향비는 기본급에 통합하고 고정 시간외수당(고정OT) 계산 방식과 연봉계약서도 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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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이후 A사 매출은 2024년 716억원에서 지난해 916억원으로 27.9% 늘었다. 영업이익은 5억원 적자에서 1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이직률은 5.5%에서 0.9%로 83.6% 감소했다. 경영성과 개선을 임금체계 개편만의 효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이직률 급감은 성장 경로·보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성과란 분석이다.
김 이사는 "직무레벨제도는 평가 도구가 아니라 성장 플랫폼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레벨제도를 등급을 매기는 장치로만 인식하면 구성원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서열로 받아들인다"며 "A사가 레벨 기준을 '성장 가이드'로, 레벨업을 '스스로의 성장을 입증하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미션의 선택권을 구성원에게 부여한 것은 제도의 성패가 결국 구성원의 참여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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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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