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흩어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ESG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시와 공급망 실사, 지속가능금융, ESG 평가·검증 등을 개별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ESG 포럼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ESG 기본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ESG 법·제도 동향과 국내 정책 현황, 기본법 제정 방향을 논의했다. 국회 ESG 포럼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유엔글로벅콤팩트 한국협회가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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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이날 “ESG 규제가 무역장벽과 공급망 재편 수단으로 활용되고 투자시장에서도 ESG 이슈를 매개로 자본배분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관련 법·제도와 정책 인프라는 여전히 파편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SG 정책을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 개별 영역별로 접근하기보다 시장 생태계 전체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금융회사, 평가·검증기관, 공공부문 등 시장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각각의 제도를 연결하는 종합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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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금융·공급망 규제 한 틀로
이 사무총장은 ESG 기본법에 지속가능경영 촉진과 지속가능금융 활성화, ESG 평가·자문·검증기관에 대한 규율, 그린워싱 방지, 지속가능 공공조달, 전문인력 양성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차원의 중장기 기본계획과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할 거버넌스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지속가능금융 공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전환금융,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등 현재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제도를 기본법 아래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ESG 정책은 정부 성향이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 속도에 편차가 크고 상당수 제도가 자율 방식으로 운영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윤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ESG 규제 흐름을 단순한 ‘강화’나 ‘후퇴’가 아닌 ‘선택적 재편’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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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대상과 보고 부담을 일부 줄이는 대신 그린워싱 방지와 ESG 평가·검증 등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규율은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공시 의무 대상에서 빠진 기업도 공급망과 통상, 금융 등을 통해 ESG 정보 공개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시·금융·공급망·소비자보호 등으로 분산된 국내 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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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업이 한 번 구축한 ESG 데이터를 공시뿐 아니라 금융과 수출, 소비자보호 등에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는 기업 규모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허위·과장된 ESG 주장에는 책임을 강화하야한다고 했다.
“새 규제보다 예측 가능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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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과정에서 ESG 기본법이 기업에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국회 ESG 포럼 공동대표)은 “ESG 기본법은 기업에 새로운 규제를 덧씌우는 법이 아니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인력, 금융, 컨설팅 등 실질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임성택 대한변호사협회 ESG위원장, 송재형 한국경제인협회 지속가능경영실장,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보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국회 ESG 포럼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ESG 기본법에 담을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