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의 신경 크기와 형태에 맞춰 제작하고 치료가 끝나면 몸속에서 분해되는 맞춤형 ‘무선 전자약’ 기술이 개발됐다. 체내에 배터리를 넣거나 피부 밖으로 전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말초신경 손상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주대병원은 재활의학과 현정근 교수와 서울대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 공동연구팀이 3D 프린팅 기술로 체내에서 분해되는 무선 전자약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에서 말초신경을 무선으로 자극해 기능 회복을 유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ADVERTISEMENT
전자약은 전기자극 등으로 신경을 조절해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최근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는 삽입형 전자약 연구가 활발하지만, 치료가 끝난 뒤 몸속에 남은 장치를 빼내려면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생분해성 전자장치가 연구되고 있으나 기존 제조 방식은 공정과 조립이 복잡하고, 환자마다 다른 신경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장치를 만들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3D 프린팅으로 풀었다. 먼저 전도체와 반도체, 절연체, 보호층을 이루는 생분해성 전자 잉크를 개발했다. 이어 여러 소재를 동시에 출력하는 3D 프린팅 기술로 무선 전력 수신부와 반도체 소자, 자극 전극 등을 하나의 입체 구조 안에 구현했다.
ADVERTISEMENT
장치는 신경을 감싸는 형태로, 3D 설계만 바꾸면 크기와 모양을 조절할 수 있어 환자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몸 밖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면 장치가 이를 받아 신경에 전기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에 체내 배터리나 피부 밖으로 연결되는 전선이 필요 없다. 모든 구성 소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되도록 설계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작동을 확인했다. 소동물 실험에서는 무선 전기자극에 따른 근육 반응을 확인했고, 말초신경 손상 직후 1시간 동안 전기자극을 가한 뒤 8주 차에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다. 대동물 실험에서는 장치를 신경에 감싸도록 이식한 뒤 외부 무선 전력으로 신경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생체적합성 평가에서도 주요 혈액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장치 제거를 위한 추가 수술과 전자장치가 몸속에 오래 남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응용 범위도 넓혔다. 조직 재생용 지지체 안에 무선 압력센서를 함께 3D 프린팅해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신경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맞춤형 진단·치료 장치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아직 동물실험 단계인 만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안전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ADVERTISEMENT
현 교수는 “신경손상 환자의 신경 크기와 형태에 맞춘 무선 전자약을 구현하고, 치료 이후 체내에서 분해되도록 해 기존 삽입형 전자장치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9)’에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논문 제목은 ‘몸속에서 분해되는 무선 의료기기의 3D 프린팅 제작 기술’이며, 현 교수와 강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ADVERTISEMENT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소개됐다.
수원=정진욱 기자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