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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은 없다…앤스로픽 "AI 인프라에 5180억弗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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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은 없다…앤스로픽 "AI 인프라에 5180억弗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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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속도조절론’이 무색하게 더 많은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거듭되는 AI 안전 논쟁과 오픈AI의 최신 모델 출시 취소, 오라클 데이터센터 인허가 차질 등의 노이즈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실제 투자와 공급망 데이터는 오히려 ‘가속’을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과 메모리, 전력, 광통신 등 AI 밸류체인 산업의 이익 증가 사이클이 장기화될 것이란 기대도 되살아나고 있다.
    앤스로픽, 5180억달러어치 투자 약정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향후 10년간 6개 파트너와 AI 인프라 구축에 최소 518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했다. 구글(1111억달러), 아마존(11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14억달러)와 장기 클라우드 계약을 맺었고 브로드컴 관련 장비 리스 의무도 1612억달러에 달한다. 로이터는 전날 유출된 앤스로픽의 비공개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인용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약 80%는 실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돈을 내야 하는 '취소 불가능' 계약이다. 만에 하나 미래 수요가 줄거나 회사가 AI 서비스 확산 속도를 늦추더라도 이미 약정한 인프라 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다는 뜻이다. 클라우드·장비 공급업체에는 매출 가시성을 높이고, 반도체·메모리 등 공급망의 장기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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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스로픽은 클라우드를 빌려 쓰던 구조에서 벗어나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고 칩을 직접 리스하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앤스로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메모리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지워터리서치는 앤스로픽이 내년 엔비디아에 맞먹는 규모의 D램을 직접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은 이미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앤스로픽의 컴퓨팅 비용은 2023년 4억달러에서 2024년 25억달러, 지난해 73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이 46억달러로 11배 넘게 뛰었지만 컴퓨팅 비용이 여전히 매출을 크게 웃돈다. 영업손실은 80억달러를 넘었다.

    그럼에도 앤스로픽은 투자설명서에서 "향후 성장의 제약 요인은 수요가 아니라 컴퓨팅 자원 부족"이라며 추가 투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취소가 불가능한 약정까지 불사하며 장기 투자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그만큼 공급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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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쳐도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런 계약은 앤스로픽에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만약 매출 성장과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으면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최근 불거진 AI 안전 논쟁과 속도조절론에 많은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I 칩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개발을 늦추면 전체 AI 산업은 물론 투자 붐에 기대 성장해온 글로벌 경제 전체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아직은 리스크가 현실화할 조짐이 없다. 속도조절을 공론화했던 앤스로픽과 오픈AI, xAI는 최근 각각 '클로드 오퍼스·소네트 5.5'와 'GPT-6 아스트라 솔·루나', '그록 4.7' 등 새로운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다.


    오픈AI의 성장도 가팔라졌다.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은 최근 700억달러에 육박해 7월(400억달러)보다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 대상 매출이 7월 이후 두 배 이상 불어난 덕분이다. 오픈AI는 투자자 수요에 따라 약 1조4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최소 3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조달 자금 상당액이 컴퓨팅 투자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품귀 사상 최악
    공급망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산출하는 반도체 공급 부족 지수는 9월 103.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을 뜻한다. 노무라는 "약 두 달 간 횡보 후 모멘텀을 회복한 모습"이라며 "수요 공급 불균형이 지속됨에 따라 10월에도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병목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지난 28일 집계한 주요 AI 인프라 부품 7종 가운데 수급이 균형을 이룬 건 GPU(그래픽처리장치)뿐이었다. D램 납기는 20주로 정상 수준(8주)의 2.5배로 늘었고, HDD(50주)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소재 ABF(48~56주)는 납기가 정상 수준보다 3~4배 길었다. 그만큼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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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낸드플래시(서버용 SSD),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도 납기가 정상 수준보다 1.5~2배 길어 공급이 빠듯했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장시간 처리하면서 GPU뿐 아니라 CPU와 메모리, 저장장치 수요까지 함께 끌어올린 결과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기판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6조원 투자를 추진 중이다. 전날엔 2900억달러 규모 MLCC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협상력이 공급자 쪽으로 기울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뛸 것으로 전망했다. 에지워터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3사는 고객이 원하는 장기공급계약(LTA) 물량보다 계약 물량을 적게 잡고, 초과 수요는 시장 가격에 파는 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장기계약으로 기본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가격 상승도 일부 이익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AI 투자 자금은 데이터센터 완공의 가장 큰 병목인 전력으로도 몰리고 있다. 특히 전력망 부족과 인허가 지연 등의 리스크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연료전지와 태양광, 가스터빈 등 자체발전(BTM) 전원에 대한 수요가 뜨겁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나텍, 한선엔지니어링, 코세스, 서진시스템 등 블룸에너지 밸류체인과 OCI홀딩스,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론 실적, 분기말 리밸런싱 경계
    시장은 30일(미국 동부시간)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6~8월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분기 실적은 물론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매출 563억달러)를 넘어설 것인지, 장기공급계약 관련 진전된 내용을 공개할 것인지 등에 따라 메모리 업황 이익 가시성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해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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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고금리에 대한 시장 경계심이 여전한 가운데 월말·분기말을 맞이한 연기금의 리밸런싱도 초단기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대비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분기 말 미국 연기금에서만 약 330억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과 별개로 기술적인 변동성이 하루이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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