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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더 줄일래요"…최저임금 올렸더니 벌어진 '이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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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더 줄일래요"…최저임금 올렸더니 벌어진 '이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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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오히려 근무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정 소득을 넘으면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이른바 ‘연봉의 벽’을 피하기 위해서다. 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을 높이고 인력난을 완화하려는 정책이 거꾸로 노동 공급을 줄이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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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토추종합연구소가 취업구조기본조사 등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4~6월 ‘연봉의 벽’을 의식해 근무시간을 줄인 단시간 근로자는 408만명에 달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약 20%가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을 의식해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에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실수령액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드는 구간을 ‘연봉의 벽’이라고 부른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는 기준을 연 178만엔으로 높이고, 10월 1일부터 후생연금 등 사회보험 가입과 관련한 ‘106만엔의 벽’도 폐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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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근로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130만엔의 벽’은 그대로 남는다. 배우자의 사회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이 연소득 130만엔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본인이 직접 보험료를 내야 한다. 소득과 별개로 주 20시간 이상 일할 경우 사회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의 벽’도 유지된다.

    문제는 임금이 오를수록 이 벽에 더 빨리 도달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최저임금 전국 가중평균은 전년보다 56엔 오른 시간당 1177엔이다. 10~12월 각 도도부현에서 순차 적용되면서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급은 더 오르게 된다.


    통상 임금 인상은 노동 공급을 늘리는 유인이 된다. 하지만 일본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간 소득이 130만엔 등을 넘지 않도록 시급이 오른 만큼 근무시간을 줄이는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세탁소 체인에서 일하는 한 30대 여성 파트타임 근로자는 “10월 이후에도 주당 근무시간이 2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사회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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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근무시간 줄이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근로시간은 지난해 79.1시간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7% 감소했다. 단시간 근로자 수 자체는 같은 기간 5% 늘어난 1614만명에 달했지만 근로자 수에 평균 노동시간을 곱한 전체 노동 공급량은 오히려 2% 줄었다.

    감소한 노동 공급량은 단시간 근로자 약 34만8000명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일본에서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고 있는데도 실제 투입되는 노동시간은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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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은 파트타임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소매·외식·급식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 슈퍼마켓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근무시간을 줄여 기존 소득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130만엔의 벽이 남아 있는 한 벽을 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려는 경향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뚜렷하다. HR솔루션즈에 따르면 올해 1~9월 공개된 비정규직 채용 공고 402만건 가운데 ‘부양 범위 내 근무 가능’ 등 피부양자 제도를 의식한 구인이 7.7%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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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슈퍼마켓 업종에서는 관련 구인 비중이 22.7%로 1년 전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급식업도 8.9%로 6.8%포인트 높아졌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주 20시간 미만’ 근무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기존 세금·사회보험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임금만 올리면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개인에게도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사회보험 가입을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과 소득을 낮게 유지하면 국민연금보다 급여 수준이 높은 후생연금 가입 기회를 놓쳐 향후 노후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체로 보면 더 큰 문제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과 사회보험 제도가 근로자가 더 일하는 것을 막는 구조로 작동하면 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이에 따라 특정 소득 구간을 넘는 순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벽’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고, 근로자가 세금과 보험료 때문에 일을 줄이지 않도록 소득과 사회보험료 부담을 보다 연속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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