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인 티보(1920~2021)는 미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화가다.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들을 그린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94년에는 미국 정부의 예술 분야 최고 훈장인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2020년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962년 작 '네 대의 핀볼 기계(Four Pinball Machines)'가 1913만5000달러(약 260억원)에 팔리는 등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평생 작업을 돌아보는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초기작부터 100세에 그린 마지막 자화상 '백 살 광대'까지 회화와 드로잉 105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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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의 트레이드마크는 1960년대 미국 빵집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와 파이, 아이스크림 등을 그린 작품들이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질감과 색이 특이하다. 그림 옆으로 비껴 서 보면 물감이 생크림처럼 캔버스에서 튀어나와 있다. 크림이 진짜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물감을 두껍게 쌓은 것이다. 그림자도 검은색이 아니라 파란색, 주황색이다. 햇빛 아래서 물건을 오래 보면 테두리가 번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번진 색 때문에 반듯하게 줄지어 놓인 물건도 조금씩 흔들리는 듯 보인다.

티보는 반세기 넘게 이런 그림들을 통해 질감과 색, 물건 사이의 질서 등을 탐구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그림 속 접시는 동그라미, 파이 조각은 세모다. 이런 단순한 모양이 되풀이되면 보는 사람들은 음식 그 자체보다 그림에 들어간 요소들의 줄과 그 사이 간격에 주목하게 된다. 물건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색과 모양과 배치가 달라지면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신경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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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티보는 "나는 팝아트 작가가 아니다"라고 했다. 팝아트 작가들처럼 일상적인 물품을 그리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현대사회와 물질 문명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빛, 색채, 질감 같은 회화의 본질을 탐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티보의 풍경화와 인물화도 볼거리다. 방 안에서 바깥을 내다본 1993년 작 '무제(도시 전경)'에는 창가 식탁에 접시와 병,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 있고, 붉은 창틀 너머로 길이 벽처럼 거의 수직으로 서 있다. 매일 다니는 익숙한 길을 낯선 모습으로 그렸다. 티보는 "풍경을 무엇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멀리서는 무엇을 그렸는지 모양을 바라보고, 가까이서 색과 붓질을 감상하며 두 번 즐길 수 있는 전시다. 관람료는 성인 2만3000원, 전시는 내년 2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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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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