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패션위크의 프런트로가 한국 스타들의 글로벌 무대가 됐다. 배우 송혜교와 임윤아, 그룹 라이즈의 성찬, 에이티즈의 윤호와 산이 22~28일(현지시간)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 2027 봄·여름'에서 보테가 베네타·막스마라·디젤·돌체앤가바나 쇼를 찾았다. 송혜교와 산은 글로벌 앰배서더로서 브랜드의 장기적인 얼굴에 가깝고, 임윤아는 특정 시장에서 브랜드와 관계를 넓혀가는 '프렌드 오브 더 브랜드'로 첫발을 뗐다. 성찬과 윤호는 패션쇼 초청을 계기로 현장 콘텐츠와 팬덤의 관심을 끌어오는 역할을 맡았다. 명품 브랜드가 K스타를 단순한 행사 손님이 아니라 국가별 소비자와 디지털 팬덤을 연결하는 매개로 활용하는 방식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혜교·성찬 앞세운 보테가…공예와 대중성의 접점

보테가 베네타는 26일 루이스 트로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3번째 컬렉션인 2027 여름 컬렉션을 밀라노에서 공개했다. 현장에는 글로벌 앰배서더인 송혜교와 라이즈 성찬을 비롯해 제이콥 엘로디, 줄리안 무어, 중국 배우 서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트래비스 스콧 등이 참석했다.
송혜교는 이달 보테가 베네타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브랜드가 밝힌 협업의 이유는 송혜교가 보여온 예술·문화 활동에 대한 관심과 브랜드가 내세우는 장인정신·창의성의 접점이다. 루이스 트로터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뒤 새롭게 정비되는 브랜드 이미지에, 오랜 연기 경력과 아시아권 인지도를 가진 송혜교를 장기 파트너로 세운 셈이다.
ADVERTISEMENT
보테가 베네타는 로고 노출보다 가죽 공예와 인트레치아토 위빙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 왔다. 이번 컬렉션도 힘을 뺀 테일러링, 깃털처럼 가볍게 다룬 가죽, 몸과 옷 사이에 여백을 둔 실루엣으로 가벼움과 움직임을 풀어냈다. 인트레치아토는 소재를 엮는 기법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과 분야를 연결하는 협업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이런 브랜드에 송혜교가 갖는 의미는 '조용한 럭셔리'로 불려 온 보테가 베네타의 미학을 한국과 아시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얼굴이라는 데 있다. 유행을 빠르게 소비하는 아이돌 중심의 마케팅과 달리, 배우의 경력과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의 공예·문화 자산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ADVERTISEMENT
성찬은 공식 앰배서더가 아닌 쇼 초청객으로 참석했다. 다만 젊은 남성 소비자와 K팝 팬덤에 다가가는 데에는 송혜교와 다른 역할을 한다. 보테가 베네타가 네이비 레더 블루종과 흰 티셔츠처럼 절제된 룩을 성찬에게 입힌 것은 여성 가방 중심으로 인식되던 브랜드의 남성복·레디투웨어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쇼장 밖에서 생산되는 출국·입장·착장 콘텐츠는 팬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임윤아의 첫 행보…막스마라가 '브랜드 프렌드'를 쓰는 법
임윤아는 24일 막스마라 2027 봄·여름 컬렉션 '파 호라이즌' 쇼에 참석했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프렌드 오브 더 브랜드'에 선정된 뒤 처음 나선 공식 일정이다.브랜드 프렌드는 글로벌 앰배서더보다 계약 범위가 유연한 관계다. 특정 시장에서 브랜드와 스타의 이미지 적합도를 확인하고, 행사·화보·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협업을 확대할 수 있다. 막스마라로서는 한국에서 높은 인지도와 배우로서의 활동 이력을 지닌 임윤아를 통해 기존의 테일러링·코트 중심 이미지를 더 폭넓은 소비자층에 전달할 수 있는 카드 역할을 맡긴 셈이다.
이번 컬렉션은 1930년대 여성 탐험가에서 영감을 얻었다. 탐험가 프레야 스타크, 야생동물 사진작가 오사 존슨, 대륙 횡단 드라이버 에바 딕슨,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와 베릴 마컴 등이 모티브가 됐다. 중심에는 리넨과 개버딘으로 만든 사파리 재킷이 놓였고, 캐미니커즈를 변형한 쇼츠, 고어드 스커트, 슬링키 니트, 카고 베스트와 테일러드 재킷의 레이어링이 이어졌다. 크로스백·클러치·백팩으로 활용 가능한 멀티백도 등장했다.
ADVERTISEMENT
막스마라가 임윤아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컬렉션의 '실용적이지만 정제된 여성상'을 현실의 옷차림으로 번역하는 데 있다. 강한 로고나 과감한 무대 의상보다 수트, 재킷, 코트처럼 일상과 맞닿은 제품군이 강점인 브랜드인 만큼 임윤아가 앞으로 공항과 공식 석상에서 선보일 착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에이티즈 윤호·산…쇼 콘텐츠의 확산 통로
에이티즈 윤호는 22일 디젤 2027 봄·여름 쇼에, 산은 26일 돌체앤가바나 2027 봄·여름 여성복 쇼에 각각 참석했다. 윤호의 디젤 방문은 글렌 마틴스가 6년간의 디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쇼와 맞물렸다. 윤호는 이전에도 디젤 캠페인과 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ADVERTISEMENT
디젤은 데님과 대담한 그래픽,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앞세워 전통 명품과 다른 젊은 고객층을 공략해 왔다. 윤호는 퍼포먼스와 무대 경험이 강한 K팝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디젤의 역동적이고 성별 경계가 옅은 스타일과 잘 어우러진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글로벌 팬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인물이다.

ADVERTISEMENT
산은 돌체앤가바나 글로벌 앰배서더 자격으로 쇼에 참석했다. 앞서 22일에는 '보그 월드: 밀라노'에도 모습을 보였다. 돌체앤가바나는 이탈리아식 화려함과 관능, 가족·장인정신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브랜드다. 산과의 협업은 브랜드가 전통적인 남성복 이미지에 K팝 아티스트의 무대성, 젊은 팬덤, 디지털 확산력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두 사람 모두 쇼 참석 전후의 공항 패션, 프런트로, 디너 현장이 연속 콘텐츠로 소비됐다. 패션쇼가 바이어와 패션 전문지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스타의 SNS와 팬 커뮤니티를 거쳐 대중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팬덤의 화제성이 곧바로 매출이나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 둔화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스타의 도달력을 내세워 하우스 고유의 정체성을 알리며 영향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패션위크는 K콘텐츠의 인기와 한국 스타들의 존재감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며 "한국 연예인들의 위상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