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천공방이 오는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하나아트갤러리에서 특별기획전 '목리, 천년을 잇다'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전통 소목의 아름다움과 전승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고(故) 의천 정돈산 선생의 뒤를 잇는 정권희·정권석 형제의 목가구를 소개한다. 대표 작품 삼층장-석(石)과 평안도 박천 반닫이 등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책장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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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공방은 정돈산 선생이 1979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한 전통 소목 공방이다. ‘의천’이라는 이름은 스님에게 받은 호에서 유래했다. 정 선생은 1984년 제9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삼층문갑장 ‘태극장’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199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생전 “적어도 3대 이상 물려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는 나무가 가구로 다시 살아가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주인을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철학을 지켜왔다.
정권희 대표는 아버지가 물려준 나무를 지키고 연구하며, 나무가 살아온 이야기를 목리로 드러내는 데 집중해 왔다. 정권석 장인은 목가구를 집에 들이는 일을 자연을 들이는 일로 바라본다. 가구를 닦고 만지며 가꾸는 손길이 쌓일수록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대대로 물려주면서 그 아름다움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가구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시간을 이야기한다. 두 시선은 오래도록 곁에 두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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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에 포함된 ‘목리(木理)’는 나뭇결을 의미한다. 의천공방은 나무가 세월을 견디며 남긴 흔적 속에서 산과 강, 구름의 형상을 읽어내고 그 결을 살려 가구를 만든다.
정권희 대표는 느티나무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말로 소개한다.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나무가 가구로 모습을 바꾸어 사람의 곁에 남는다는 뜻이다. 나무의 삶은 목리라는 흔적을 남기고, 장인은 그 흔적이 새로운 쓰임 속에서 이어지도록 다듬는다. 이번 전시의 ‘천년’은 나무가 품은 긴 시간과 앞으로 이어질 삶을 상징한다. 아버지에게서 두 아들로 전해진 소목의 기술은 그 시간을 연결하는 손길이다.
한 점의 가구를 완성하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의천공방 도록에는 나무를 묵히고 건조·숙성하는 데 10~30년에 이르는 과정이 소개돼 있다. 나무의 성질을 살피고 뒤틀림과 갈라짐을 줄이기 위한 시간이다. 여기에 결을 살리는 제작과 반복적인 옻칠이 더해진다. 완성된 가구 앞에서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나무의 무늬이면서, 그 무늬를 드러내기까지 쌓인 장인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삼층장에서는 층층이 나뉜 구성과 나뭇결이 이루는 조화를 살펴볼 수 있다. 평안도 박천 반닫이는 구멍을 뚫어 문양을 낸 장석으로 인해 ‘숭숭이 반닫이’라고도 불리는 가구로, 정교한 금속 장식과 안정감 있는 형태가 감상 포인트다. 함께 공개되는 미공개 책장들은 두 형제가 이어온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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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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