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서 출범한 아크테릭스와 프랑스에서 시작된 살로몬은 아웃도어와 러닝·라이프스타일 신발 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두 브랜드의 주인은 같다. 핀란드에서 출발한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 아머스포츠다. 아머스포츠는 2019년 중국 안타스포츠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하지만 인수 이후에도 별다른 '중국색'을 드러내지 않고, 기존의 국가적 정체성과 브랜드 감성은 유지하면서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을 전면에 내세워 아머스포츠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65억662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30%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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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 군단 거느린 아머스포츠
아머스포츠는 1950년 핀란드에서 '아머 투파카'라는 담배 제조사로 출발한 기업으로, 해운업·차량 유통·플라스틱 제조 등 다양한 업종을 거쳐 1980년대 말 미국의 테니스·구기 스포츠 용품 브랜드 윌슨을 인수하면서 스포츠 용품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아머스포츠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하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아크테릭스를 비롯해 프랑스 알프스에서 출발한 살로몬, 테니스 라켓으로 유명한 윌슨, 스키 브랜드 아토믹과 피크퍼포먼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머스포츠는 아크테릭스 중심의 '테크니컬 어패럴', 살로몬 중심의 '아웃도어 퍼포먼스', 윌슨 중심의 '볼앤드라켓 스포츠'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사업을 관리한다. 이들 외에도 피크퍼포먼스, 아토믹, 아르마다, 루이빌 슬러거, 드마리니, 이보쉴드 등 총 1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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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브랜드의 전환점은 2019년이었다. 당시 안타스포츠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홍콩계 사모펀드 파운틴베스트,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의 투자회사 아나메드 인베스트먼츠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아머스포츠를 46억유로(약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컨소시엄 내 지분은 안타스포츠가 57.95%로 가장 컸고 파운틴베스트 측 21.40%, 아나메드가 20.65%였다. "아머스포츠가 중국 자본에 인수됐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후에도 브랜드 색깔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중국적 정체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크테릭스는 여전히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고, 살로몬은 프랑스 안시 지역의 헤리티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크테릭스·살로몬 앞세워 승승장구
아머스포츠는 인수 후인 2019년 9월 헬싱키 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이후 2024년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다시 상장했다. 회사는 2019년 인수 이후 소비자 직접판매(DTC)를 강화하고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을 중심으로 직영 매장과 전자상거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인수 직전인 2018년 아머스포츠의 계속사업 기준 매출은 26억7820만유로였다. 당시에도 역대 최대였지만 중국 매출은 1억5000만유로로 전체의 약 5%에 불과했다. DTC와 온라인 판매 매출 역시 3억3000만유로로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이었다. 아크테릭스 매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반면 살로몬의 의류·신발 등 소프트굿 매출은 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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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후 아머스포츠 매출은 2022년 35억7120만달러에서 2023년 44억40만달러, 2024년 51억8330만달러를 거쳐 지난해 65억6620만달러까지 늘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억180만달러로 49% 늘었고 순이익은 4억2740만달러로 489% 증가했다. 단순히 외형만 키운 것이 아니라 수익성도 함께 개선된 셈이다.
기록적인 성장의 배경은 중국 시장이 꼽힌다. 아머스포츠의 그레이터차이나 매출은 2022년 5억2620만달러에서 2023년 8억4480만달러, 2024년 12억9810만달러, 2025년 18억6190만달러로 커졌다. 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불었다.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28%가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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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스포츠의 캐시카우는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이다. 아머스포츠는 아크테릭스 자체 매출도 2025년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살로몬 역시 35% 늘었다. 특히 살로몬은 스키 장비 회사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러닝화와 의류 등 소프트굿을 앞세우면서 소비재 브랜드로도 외연을 넓혀 아웃도어 퍼포먼스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54%에서 2025년 71%까지 높아졌다.
올 상반기 36억달러…살로몬 성장세 더 빨라졌다
최근 실적도 성장세가 여전하다. 아머스포츠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2분기 매출은 16억326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35억7810만달러로 역시 32% 늘었다.브랜드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사업 부문에서도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의 성장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아크테릭스가 주도하는 테크니컬 어패럴 매출은 6억7420만달러로 32.5% 증가했다. 살로몬 중심의 아웃도어 퍼포먼스는 5억6850만달러로 37.4% 뛰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각각 15억5920만달러, 12억8210만달러다. 아웃도어 퍼포먼스의 상반기 성장률은 40%로 테크니컬 어패럴의 33%를 웃돌았다. 회사는 살로몬 소프트굿의 강한 판매가 아웃도어 퍼포먼스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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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그레이터차이나 매출은 12억50만달러로 40.2% 증가했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4억8700만달러로 56.4% 뛰었다. 같은 기간 미주 매출 증가율은 21.6%, 유럽·중동·아프리카(EMEA)는 24.1%였다. 아시아 시장이 그룹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한층 선명해진 셈이다.

한국에서도 승승장구
한국에서도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5년까지 국내 독점 수입사인 넬슨스포츠를 통해 유통됐는데, 넬슨스포츠 매출은 2023년 1157억원에서 2024년 1611억원으로 약 39%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법인은 지난해 9월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약 1450억원, 올해엔 2000억원 달성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살로몬은 아머스포츠코리아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아머스포츠코리아 매출은 2023년 671억원에서 2024년 1120억원으로 약 67% 증가하며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4% 급증한 200억원이었다. 지난해엔 약 1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엔 2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이 8~10%가량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살로몬과 아크테릭스의 성장은 더욱 돋보인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브랜드 포지셔닝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 아크테릭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이재용 패딩'으로 불렸다. 패션에 민감한 2030세대뿐 아니라 구매력이 높은 3040세대를 핵심 소비층으로 확보한 동시에 정가 판매 전략을 유지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살로몬은 "비싸지만 발이 편한 신발"이라는 평가를 받는 XT-6 모델의 흥행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한국 시장 맞춤형으로 기획한 '진도 팩' 등 로컬라이징 상품과 자체 기획 의류 라인이 강세를 보이며 성수점·명동점 등 주요 직영점이 월 7억~8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정체성 최소화, 앞으로도 계속되나
이처럼 중국색을 지우고 원산지를 강조하는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의 운영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스포츠는 한국의 휠라(FILA)와 코오롱스포츠, 일본 데상트의 중국 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을 약 2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안타스포츠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현재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 푸싱그룹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리조트 브랜드 클럽메드를 인수했고, 지리자동차는 볼보와 폴스타, 로터스를 품에 안았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는 2016년 중국의 하이얼에 인수됐다.
이는 중국 회사들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이미 검증된 글로벌 감성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는 게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2000년대부터 추진해온 '고잉아웃(Going Out)' 전략 및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전략' 등 산업 고도화 정책이 브랜드 인수를 위한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