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1억원 넘게 올려달라더군요. 부족한 돈을 월세로 돌리자니 매달 추가로 나가는 주거비가 100만원이 훌쩍 넘어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결국 신혼의 단꿈은 당분간 접어두고 부모님 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 얹혀살 부모님 집이라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한 30대 직장인 부부는 최근 쓰디쓴 결단을 내렸다. 수개월 전 전셋집 계약 만료 통보를 받고 새 보금자리를 알아봤지만, 2년 새 무섭게 뛴 전셋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한참 낮춰 외곽으로 밀려나느니, 차라리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살며 종잣돈을 모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대출 한도까지 조여진 마당에 당장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해졌지만, 월세라도 아껴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부부의 결론이다.
최근 수도권 전월세난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면서 이 부부처럼 가정을 꾸려 독립한 3040세대가 다시 부모님 댁으로 '유턴'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과거 취업난에 시달리던 청년층이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번듯한 직장을 가진 고소득 맞벌이 부부조차 주거비 폭탄을 버티지 못하고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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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루(리턴+캥거루)족'으로 불리는 30·40세대의 이면에는 가파르게 치솟는 임대차 시장 가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체감하는 전셋값 인상 폭은 공포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225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7억458만원)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돌파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1795만원 더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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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갱신 주기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4년 9월 서울 평균 전셋값은 6억2040만원이었습니다. 2년 전 평균 수준의 전세 계약을 맺었던 임차인이 지금 비슷한 수준의 집을 새로 구하려면 1억213만원의 보증금을 얹어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보증금 인상분만 충당하려 해도 1년에 5000만원씩을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맞벌이 부부의 소득으론 숨만 쉬고 돈을 모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눈을 돌려도 숨이 막히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이었습니다. 2년 전보다 32만1000원(24.3%) 올랐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통제 불능에 빠진 전월세난의 원인으로 '공급 가뭄'과 '규제 부작용'을 꼽았습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가 맞물리며 집주인들이 전·월세를 내놓기보다 직접 거주를 택해 시중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8일 기준 서울 전·월세 물량은 3만803건으로 1년 전(4만3832건) 대비 18.4%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주거비 부담에 밀려난 수요를 받아줘야 할 경기·인천은 더욱 처참합니다. 경기도 전·월세 물건은 1만8829건으로 1년 전(3만5992건)보다 47.7% 급감했고, 인천(4204건) 역시 같은 기간 49.2% 쪼그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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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장 이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4만9000가구에서 올해 2만4000가구로 정확히 반토막 났습니다. 2027년에는 1만1000가구로 쪼그라들고, 2028년에도 1만 가구 수준을 맴돌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대급 '입주 보릿고개'가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임대차 시장 불안은 철저하게 누적된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실거주 규제 등으로 인해 기존 주택의 매물 회전마저 멈추면서 임대차 가격을 통제할 시장의 자정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소 2028년까지는 역대 최저 수준의 입주 가뭄이 이어지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고통은 상당 기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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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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