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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 피어난 ‘한국의 향’…엘로리아의 승부수 [K브랜딩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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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 피어난 ‘한국의 향’…엘로리아의 승부수 [K브랜딩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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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방식은 미국적이지만 영혼은 아주 한국적이죠.”

    이원형(Wonny Lee)·박수민(Sumin Park) 공동대표가 만든 향수 브랜드 엘로리아는 이 한마디에 담긴 두 사람의 정체성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마음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던 한국이라는 뿌리. 이들에게 ‘한국계’라는 배경은 창업 소재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이 됐고 서구 브랜드 중심의 향수 시장에서 엘로리아를 구분 짓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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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엘로리아(ELOREA)는 ‘요소’를 뜻하는 영어 단어 ‘엘리먼츠(Elements)’와 ‘코리아(Korea)’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한국의 자연과 기억,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를 향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품에는 인삼과 들깻잎, 간장 등 한국산 원료가 사용되고 태극기의 건곤감리와 한옥, 해녀를 비롯한 한국적 소재가 제품의 이름과 이야기가 된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지난해 12월 서울 한남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엘로리아는 오프라인 거점 확대와 자사몰 중심의 소비자 직접판매(DTC) 사업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인 전략에 부합하는 추가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한남동 매장에서 두 대표를 만나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브랜드 경쟁력으로 녹여낼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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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향수’의 빈자리를 채우다

    엘로리아의 시작은 2018년 두 사람이 함께 떠난 한국 여행이었다. 당시 백화점과 뷰티 매장을 둘러보던 이원형 대표는 향수 코너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미국에서 다양한 향수 브랜드를 접하는 동시에 한국의 뷰티산업과 문화를 알고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더욱 선명하게 보인 빈자리였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한국은 뷰티산업의 중심지였는데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를 찾기는 어려웠다”며 “한국의 서사와 원료를 담은 향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문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향수업계 출신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경력은 브랜드를 만드는 자산이 됐다. 투자업계에서 여러 소비재 브랜드와 창업자를 접한 이 대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박수민 대표는 약 10년간 패션·뷰티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다져온 창작 감각을 향수라는 새로운 장르로 확장했다.

    한국 향수의 빈자리는 창업의 계기가 됐지만 브랜드에 한국을 담은 이유가 시장의 기회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개인적 경험과 뿌리에 대한 애정이 엘로리아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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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 대표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성장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중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렸고 한국의 책과 영화, 음악을 가까이하며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박 대표는 지금도 한국계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난 이 대표에게 한국계라는 정체성은 한때 밀어내고 싶은 것이었다. 주변에 한국인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어린 시절 또래에 섞이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 혼자 한국을 찾아 곳곳을 여행하면서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에게 엘로리아는 한때 외면했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는 엘로리아를 “어린 시절의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자 가장 깊은 사과”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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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력이 된 ‘한국의 낯섦’


    한국계로서의 정체성은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엘로리아가 창업 과정에서 세운 핵심 원칙은 한국 고유의 서사와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첫 컬렉션은 태극기의 네 괘인 건곤감리에서 영감을 받아 하늘과 땅, 물과 불을 각각 향으로 표현했다. 이후에는 인삼과 들깻잎, 간장을 비롯해 순비기나무와 화강암, 전복 껍데기 등 기존 서구 향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소재를 향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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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표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고 한국계로서의 이야기를 전하려면 스토리뿐 아니라 원료에도 같은 철학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일관성이 경쟁이 치열한 향수 시장에서 엘로리아가 다르다고 받아들여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에게 낯선 소재라고 해서 감추거나 익숙한 방식으로 바꾸지도 않았다. 대신 각 원료가 한국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하고 이를 현대적인 향과 디자인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박 대표는 “미국 시장을 의식해 포기한 것은 거의 없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문화와 낯선 것을 알아가는 데 오히려 큰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의미를 모두 알지 못해도 한국어로 된 K팝을 따라 부르는 것처럼 충분한 스토리와 설명이 있다면 낯선 한국적 요소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요소를 그대로 지키면서도 미국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문화권에서 쌓은 경험이 있었다. 이 대표는 서구의 방식으로 사고하면서도 한국인의 감각을 지닌 점이 한국계 창업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봤다. 어느 한쪽의 문화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문화 사이에서 얻은 경험을 새로운 제품과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다는 이유만으로 ‘K’를 앞세우는 전략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제품이나 사업에 단순히 ‘K’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창업자에게 한국적 정체성이 어떤 의미인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어떤 사명과 목적을 지녔는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빨리’ 아닌 ‘제대로’…엘로리아가 택한 성장법


    엘로리아는 대형 유통망을 통한 빠른 확장보다 자체 매장과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세포라나 올리브영 같은 대형 유통 채널에 곧바로 입점할 수도 있었지만 제품에 담긴 한국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뉴욕과 LA, 서울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향수 판매와 함께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열고 향과 음료를 연결한 페어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태권도 선수 등 한국을 알리는 인물들과 협업해 향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작업도 선보였다. 제품뿐 아니라 사람과 예술까지 엘로리아가 보여주려는 ‘한국적 요소’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성장이 다소 느려 보일 수 있지만 천천히 제대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 방식은 투자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졌다. 엘로리아는 한국계 공동체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CJ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하고 스트롱벤처스와 배스벤처스가 참여한 200만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자금 지원을 넘어 엘로리아의 뿌리가 된 한국을 직접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대표에 따르면 엘로리아의 투자사 중 하나인 윌로우그로스(Willow Growth)는 최근 한국이 왜 주목받고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직접 이해하기 위해 팀 전체가 한국을 찾았다.

    이 대표는 “투자업계에서 일해왔지만 최근처럼 많은 투자자가 한국을 찾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 한국계 창업자들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두 대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한국을 상징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다. 박 대표는 별도의 설명 없이 엘로리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좋은 향과 기억,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디올이 파리와 프랑스를 상징하듯 엘로리아가 한국을 진정성 있게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며 “언젠가 파리에 한옥 콘셉트의 엘로리아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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