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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밖의 갑질, 기업 안의 괴롭힘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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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밖의 갑질, 기업 안의 괴롭힘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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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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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본질적으로 성과를 추구한다. 거래처에는 판매 확대를 요구하고, 내부 직원에게는 업무 성과와 목표를 강조한다. 그러나 목표가 정당하다고 이를 달성하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특히 상대방이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일수록 권한을 행사하는 쪽은 그 한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성과 독려와 '갑질'의 경계
    필자는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부가 설립되기 전으로, 형사6부가 공정거래 및 지식재산권 사건을 전담) 검사 시절 국내 대표 주류 업체 A사의 도매점 상대 불공정거래 사건을 주임검사로 수사했다. 당시 A사는 국내 약주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고, 특정주류면허를 가진 일부 도매점은 소주·맥주 등 일반 주류를 취급할 수 없어 A사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개별 도매점이 법적으로 독립된 사업자라도 거래 관계를 잃을 위험 앞에서 성과를 강조하는 A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필자는 A사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일부 도매점과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거나 공급물량을 현저히 축소한 행위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았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의 고발요청 절차를 거쳐 형사책임을 물었고, 공정거래법 위반 부분은 이후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도 공정거래법상 고발요청권 도입 이후 검찰의 첫 정식 행사 사례로 평가하며 이례적으로 검찰의 고발요청과 기소를 환영하는 논평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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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필자가 작성한 보도자료는 도매점을 ‘독립된 상인’이자 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표현했는데, 변호사로서 기업을 자문하는 지금 돌아보아도 의미가 깊다. 거래 상대방에게 성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상대방 사업자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까지 통제할 권한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부담을 지우고, 불응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주는지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한편 기업 밖의 거래 관계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기업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자문하면서 업무상 지시와 부당한 압박의 경계를 다루고 있다. 성과 관리와 업무 배분, 인사 평가는 조직 운영에 필요한 권한이다. 특히 상사의 행위는 성과 독려나 업무상 지시, 인사관리의 외형을 띠는 경우가 있어 그 경계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그로 인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물론 공정거래법과 노동법은 보호 대상과 판단 기준이 다르다. 거래상 지위 남용과 직장 내 괴롭힘을 같은 법률문제로 취급할 수는 없다. 다만 두 분야 모두 계약이나 직책의 외형을 넘어 관계의 실질을 살펴야 한다. 요구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지, 이의를 제기한 뒤 불이익이 뒤따랐는지는 두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볼 지점이다. 우리 근로기준법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발생 사실을 인지한 사용자에게 지체 없는 객관적 조사를 요구한다. 사건 자체뿐 아니라 기업의 대응 과정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주UN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뉴욕에서 근무할 당시 UN 직원들에게 농담처럼 자주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UN에서는 상사가 부하를 함부로 질책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경우 오히려 상사에 대한 내부 신고가 제기돼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라리 승진시키는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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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는 UN의 실제 인사 제도를 설명하는 말이라기보다 권한 남용에 민감한 조직 문화를 과장한 표현이었다. 당시에는 국제기구의 행정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에는 분명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성과만큼이나 구성원의 존엄과 상호 존중을 중시하고 관리자의 권한 행사에도 한계를 두려는 UN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근거·절차가 분쟁 막는다


    기업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고 구성원에게 관리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권한의 존재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느냐다. 성과를 독려하는 과정이 예기치 않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몇 가지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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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불이익을 수반하는 결정일수록 ‘결정 당시의 합리적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종료·공급 축소·업무 배제·인사 조치의 객관적 사유와 적용 기준, 의사결정 과정이 당시 자료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법률 리스크가 큰 사안은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후적인 근거 보완만으로는 분쟁에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

    둘째, 문제 제기와 조사 절차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직속 상사나 거래 담당자가 문제의 당사자라면 그 사람을 거치지 않는 문제 제기 채널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문제 제기 직후 이뤄지는 계약 종료나 인사 조치는 기존 결정과 이해관계가 없는 담당자가 필요성과 상당성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 분쟁 예방을 위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이라면 본사의 문제 제기 및 조사 절차가 한국법상 요구되는 조사·보호 의무까지 충족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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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건의 종결뿐 아니라 후속 조치의 이행도 중요하다. 담당자 교육과 규정 개선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신고자에게 후속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고 건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제기된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을 앞세워 상대방의 실질적인 선택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순간, 권한은 남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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