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젠더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통합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피해자가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상담부터 수사, 법률, 의료, 주거, 심리치유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한곳에서 지원한다. 피해 발생 이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예방과 재피해 방지까지 아우르는 게 특징이다.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2024년 4월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대응단’을 출범시켜 젠더폭력 대응과 피해 지원을 통합하고 있다. 운영은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맡고 있으며, 수원과 의정부에 남·북부 거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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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응단의 핵심은 ‘원스톱 지원’이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초기 상담을 통해 피해 내용과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긴급구조와 주거, 수사 및 증거 확보, 법률상담·구조, 의료비, 심리치유 등을 상황에 맞춰 지원한다.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피해가 발생하면 삭제까지 돕는다.
경찰과 교육청, 피해자 지원기관, 민간단체와도 협력하며, 기존 법과 제도로 대응하기 어려운 신종 폭력이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를 찾아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 9만9000여명에 185만여 건 지원
통합지원 체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대응단은 그동안 젠더폭력피해자 9만9672명에게 상담법률의료주거 등 185만5968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ADVERTISEMENT
피해지원의 무게중심도 단순한 사건 처리에서 ‘일상 회복’으로 넓어지고 있다. 젠더폭력이 한 가지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고 스토킹과 교제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이 서로 얽힌 복합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젠더폭력 관련 건수는 2020년 9만1014건에서 2024년 11만4924건으로 늘었으며, 5년간 누적 건수는 53만107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스토킹은 2020년 1089건에서 2024년 8000건으로, 교제폭력은 같은 기간 8954건에서 2만2729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 자료는 경찰청 112 신고 현황과 범죄통계를 토대로 집계됐다.이 같은 변화는 피해지원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스토킹과 디지털 성범죄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온라인에서 시작된 피해가 현실의 성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피해 유형별로 지원기관을 나누는 대신 피해자의 상황을 중심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사건 해결 넘어 ‘다시 일상으로’
실제 통합지원으로 일상을 되찾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대 여성 A씨는 교제하던 남성과 헤어진 뒤 지속적인 연락과 성적 영상물 유포 협박에 시달렸다. 가해자가 건 전화는 100여 통, 문자메시지는 300여 통에 달했으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경기도젠더폭력통합대응단의 지원을 받게 됐다.통합대응단은 스토킹·교제폭력, 디지털성범죄 등 피해 유형별 전문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동시에, 복합피해 발생 시 복합피해지원단을 중심으로 관련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지원하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스토킹과 디지털성범죄가 결합된 복합피해로 판단해, 복합피해지원단을 중심으로 심리치유와 법률지원을 제공하고, 대응단 내 스토킹·교제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기능을 연계해 대응했다. 아울러 온라인상 영상물 유포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포가 확인될 경우 신속하게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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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원을 받은 뒤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으며, 현재 취업을 준비하며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추가적인 스토킹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는 수사와 법률지원뿐 아니라 심리 회복과 가족 지원까지 연결한다.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성인에게 장기간 성적 착취 피해를 당한 10대 피해자에게는 변호사 선임과 증거수집, 진술조력을 지원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종합심리검사도 연계했다. 보호자에게는 치유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온라인 피해물 유포 여부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 예방까지 넓힌 ‘경기도형 안전망’
경기도는 피해가 발생한 뒤 지원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예방에도 힘을 싣고 있다.ADVERTISEMENT
G버스TV 등을 활용해 젠더폭력 유형과 24시간·365일 피해지원 체계를 알리고, 온·오프라인 예방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도민이 직접 예방 활동에 참여하는 ‘도민예방단’을 운영하고, 피해자가 가까운 지원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피해지원 기관 안내 플랫폼 ‘자산지도’도 구축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젠더폭력 통합대응의 최종 목적은 피해자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주는 데 있다. 신고와 사건 처리에서 지원을 끝내지 않고, 안전 확보와 수사, 법률·의료 지원을 거쳐 심리 회복과 재피해 예방까지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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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을 내미는 것. 경기도는 예방과 피해 회복을 양축으로 ‘폭력 없는 일상’을 위한 안전망을 넓혀가고 있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