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시장은 ‘진입로’만 있고 ‘진출로’가 없는 고속도로 같은 상황입니다.”ADVERTISEMENT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삼성동 퀀텀벤처스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2020년 전후로 국내 벤처펀드 조성 규모가 연 10조원 이상으로 커졌다”며 “하지만 코스닥시장 부진이 장기화하며 투자금 회수, 재투자 등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벤처 시장에는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대규모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한 8조8876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문제는 코스닥시장 침체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 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펀드 자금으로 주식(구주)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혁신 기업에 신규 자금을 불어넣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오히려 ‘성장 사다리’가 끊어진다는 게 김 회장의 진단이다.
ADVERTISEMENT
그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의 차이를 ‘상장 전후 자금조달 능력’에서 찾았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나스닥 상장사는 IPO 단계에서 378조원을 조달했고, 상장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1조원을 유치했다. IPO보다 상장 이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더 큰 것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코스닥 상장사의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12조1000억원이지만, 상장 후 유상증자 등으로 조달한 금액은 8조7000억원에 그쳤다. 김 회장은 5년간 2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일정 자금을 코스닥 펀드 조성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000년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며 VC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2017년 퀀텀벤처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난해 2월에는 16대 VC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벤처펀드 조성’에 힘쓸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